[5월호] 얼굴
결혼 전 나는 면세점에서 화장품 판매를 했었다. 기초 화장품을 팔 땐 피부 표현에 신경을 쓰고 판매를 위해 애를 썼다.
"언니는 뭘 써서 피부가 그렇게 좋아요?"
"아, 이거 달팽이 크림 써요."
"그럼, 저도 그거 하나 주세요"
이런 방식으로 판매에 힘을 보탰다.
(진짜 사용했었다. 안 그러면 사기꾼이다.)
색조 화장품의 경우 내 얼굴이 도화지인 양 엉성한 솜씨로 아이라인, 볼 터치, 마스카라까지 지나치다 싶게 화장을 하고 판매를 했다.
판매사원은 그 가게의 얼굴이니깐~
면세점의 특성상 내국인보다는 상품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외국인 분들이 많이 방문했기 때문에 제품으로 화장을 한 나의 얼굴을 보고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이 있어, 나에게 피부와 얼굴은 굉장히 중요했다. (먹고살아야 하니)
생김새가 별로인 나는 판매를 위해 유독 피부에 신경을 많이 썼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스킨, 아이크림, 에센스, 크림 순으로 빼먹지 않고 바르려 노력했고, 술에 떡이 된 날도 되도록 꼭 그 순서대로, 피부에 화장품이 잘 흡수될 수 있도록 손으로 열심히 "탁탁탁"두드리며 얼굴을 소중히 했었다.
지우는 것도 꼭 이중 세안을 했던 나다….
그런 난데….
정말 오랜만에 거울을 본다.
출산하고부터는 거울에 비친 나를 자세히 본 적이 없다.
기초화장은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 하지 않았다.
육아하며 점점 세수도 하지 않았다.
피부처럼 나의 감정도 점점 메말라 간다. 그러면서 나를 잃어버렸다.
사람들을 만나면 즐거운데 즐겁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그냥 그냥 필요에 의해 몸을 움직이며 하루를 버틴다.
버티기에 급급한 나는 거울 보기와 멀어져만 갔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크니 거울 볼 틈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렇게 보게 된 거울이고 나의 얼굴이다.
오래 방치해 둔 나의 얼굴은 어느새 엉망이 되어 있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맙소사'란 말이 떠오른다.
'출산 전의 얼굴로 되돌릴 방법이 있을까?'
찐한 갈색빛으로 올라온 기미와 거칠거칠한 피부결, 육아하는 동안 주름은 한없이 늘어나 있었고 면역도 약해진 나는, 피부에 좁쌀 같은 뾰루지도 돋아 있었다.
하자가 너무 많은, 시술과 돈을 들이지 않고는 예전의 얼굴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다.
슬프다.
그런데 이상하다.
서글픈데도 묘하게 마음은 평화롭다.
얼굴은 되돌릴 수 없는데 '왜? 마음이 좋지?'
한창 얼굴이 엉망으로 망가지고 있을 때는 마음도 엉망진창이었는데, 틈이 생겨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자세히 보고 세수도 하고 스킨로션도 바르며 가꾸기 시작하니 내 마음도 촉촉해지고 말랑말랑해진다.
내 마음과 얼굴은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
가꾼다는 행위가 단지 얼굴이나 피부를 좋아지게 한다는 결과에 그치지 않고, 거울에 비친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기미는 어떻게 잘 지내고 있나?!' '뾰루지는 좀 사라졌나?!' 살피고 하는 작은 돌봄에 마음이 위로받는 듯하다.
살피면 살필수록 내 마음은 평온을 찾는다.
그렇게 찬찬히 살피다 뾰루지 한 개 없어지면 마음도 덩달아 기쁘다. 이렇게 소소한 행위로 위로받는 내가 어이없다가도 작은 일에도 만족해하는 내가 기특하다.
표정 없던 얼굴에 희로애락이 다시 돌아오니, 마음에도 희로애락이 꽃 피었다.
얼굴을 시작으로 나는 나를 자주 살피어, 잘 보듬어주려고 한다. 그런 행동으로 내가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지만 마음만은 소소한 행복으로 고소하다.
나의 작은 기분 전환
나를 전환한다.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