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선배
세상에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예언가가 존재했듯,
나에게는 "선배"라고 불리는 생활 밀착형 예언가들이 존재한다.
임신했을 때 주위 출산 선배들이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
임신한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었다.
예언자들처럼 말이다.
나는 '그럴 리 없어'라며 속으로 강하게 부정했다.
그 당시 나는 새벽 4시만 되면 뱃속 아이의 발차기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식욕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특히 자꾸 소변이 마려워 너무 힘이 들었다.
한마디로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았다.
'이렇게 힘든 데 왜?'
예언 같은 그 말을 인정할 수 없었다.
시원하게 출산하고 그 말(그 예언)의 적확함에 소름 돋았다.
출산하고 나니 그다음은 말도 못 하게 힘이 들었다.
처음 하는 육아는 생각하지도 못한 고난이었다.
'내가 살면서 죄를 많이 지었나?!' 의문이 들기까지 했다.
조리원부터도 그랬다.
소설책에 많이 나오는 쇠창살 없는 감옥 이란 표현, 조리원에 있으면서 그 표현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며 창밖을 봤는데 딱 알았다.
'여기가 거기구나! 쇠창살 없는 감옥'
쓴웃음을 지으며 내 젖을 물고 있는 아이를 보며 묘한 감정을 느꼈었다.
수유 전화는 아침 점심 저녁 새벽까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내가 원한 수유였지만 정말 쉴 새 없이 울렸다…. 수유 지옥이었다.
우연히 조리원에서 듣던 벨 소리와 같은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헉! 뭐지!?' 나 이 소리 아는데"
정이 안 가는 소리다.
같이 있던 지인이
"아 조리원 수유 벨 소리다. 하하하"
싫어하며 웃었다. 나도 너무 싫었다.
아이를 낳고 10년도 넘게 지났는데 그 소리가 기억 속에 박혀 있다는 게 대단했다.
얼마나 많이 들었으면…. 하하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을 때,
또 육아 선배들이 예언했다.
"좋을 때다! 어린이집 다닐 때가 좋지!!"
지금 많이 즐기라는 듯 말한다.
왜? 학교 가면 안 좋은가? 불안함이 좀 있었지만, 어린이집도 잘 다녔으니….
뭐…. 별일이야 있겠나 했다.
입학하고 아이는 학교에서 점심 먹고 바로 집에 왔다. 너무 빨리 오더라 하하하
그리고 어린이집과는 다른 학교는 이 아이가 잘하고 있나 사진을 보내주지도 않았다.
아이도 집에 빨리 오고, 내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도 같이 오더라.
친절한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익숙해져 있던 나인데….
아들만 학교에 적응하는 게 아니라 나도 학교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어느 날 아픈 몸 때문에 끙끙거리다 문득
"아~ 진짜네, 어른들 말이 진짜였네!" 하며 남편과 웃었더랬다.
어릴 때 어른들과 인사를 하면
"건강이 최고다~응 ~ "
어른들의 정해진 인사말인 양 꼭 말씀하셨다.
그때는 '난 건강한데 왜 자꾸 건강이 최고라고 하시는 거야 쳇! ' 잔소리처럼 느껴져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는데, 앞일 모르는 인간이란….
몸이 이곳저곳 아프기 시작하자 어릴 적 어른들의 그 인사말이 떠올랐다. 사실이었다.
나이가 드니 건강이 최고다.
인생 선배들의 말은 예언인 양 내 몸 깊숙이 숨어있다 어느 순간 짠하면서 일어난다.
경험에서 나오는 예언들은 귀신같이 들어맞는다.
나도 어느 순간부터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어~"
"건강이 최고다. 무리하지 말아라. ~"
예전 어른들처럼 말한다.
나도 생활 밀착형 예언가가 되어가고 있나!?
(듣는 사람의 현 상태에 따라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내 앞날은 모르는…. 예언가…. 혹은 선배.는 잘 모르겠고, 오지라퍼만 되지 않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