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지심
'나의 TV 님이 갔습니다.'
나의 영원의 단짝, TV 친구와의 이별은 갑자기 찾아왔다.
그날도 항상 같은 날이었다.
나는 그 친구를 보며 행복감에 하하 호호하며 웃고 있었다.
"팍-악"
하는 소리에 아들과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순간 아이는 놀라 TV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나는 울고 있는 아들과 나의 단짝 친구를 번갈아 보며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TV에 아들이 가지고 놀고 있던 장난감 칼의 날이 빠지면서 날아가 화면을 친 것이다.
무슨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나의 단짠 TV의 화면에 십자가 상처가 생겨버렸다.
그런 TV를 보며 놀란 아이는 얼어서 울고만 있었다.
그렇게 서 있는 아이를 달래려, 안으며 말은 안 했지만 인정해야 했다.
'그래, 오래 사용했으니까 보내줄 때도 됐지'
그리 생각하면서도 하루도 못 가 꼭 봐야 하는 드라마가 있어 줄 그어진 TV를 놓아주지 못하고 일주일 이상을 보고 있었다.
아들이
"엄마 계속 보니깐 줄 없는 것 같다. 그지?! TV 안 사도 될 것 같은데~"
그 줄에 익숙해진 아들은 상처 난 TV를 보며 울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 없게 당당하게 말한다.
그런 아들이 귀여운 나는 웃으며
"진짜 그렇네 ~안 사도 되겠다."
라고 말하니 남편이 그 모습을 보며 답답한 듯
"둘이 똑~ 같다." 한다.
'내 새끼니깐 뭐~' 속으로 생각하는 나였다.
다시 살 생각도 고칠 생각도 없는 아들과 나는 크로스로 줄이 간 TV를 보며 또 행복해했다.
남편이 그런 TV를 보다 도저히 짜증이 나서 안 되겠다며 새 TV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나는 어떻게 하든 상관이 없어서 아무 말 없이 있었다.
"월요일 날 새 TV 올 거야"
"응 알겠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에 새로운 아이가 왔다.
크기는 똑같으나 디자인은 다른….
금이 간 예전 TV는 우리 집에서 나갈 준비를 하고 바닥에 세워져 있었다.
그걸 보니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짠해진다.
'잘 가! 너무 수고했어~'
오랜 시간 나와 동고동락한 나의 영원한 친구 TV에 인사를 건넸다.
왜 이렇게 마음이 안 좋은지…. 아마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나와 동일시되어 보였나?!
나이 드니 작은 거에도 감성적이다.
어느 날 남편과 함께 장을 보다, 달걀을 사려고 고르고 있었다.
"자기는 왜 왕란을 사는 거야?"
궁금증으로 가득한 남편이 물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냥~ 커서 두 개 쓸 거 한 개 쓰니깐..."
이라고 했더니 그런 이유로 왕란을 산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는지 또 나에게 뭐라 한다.
원래 잔소리가 많은 타입이라 그다음 말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를 했나 보다.
그렇게 넘어간 줄 알았는데 카톡이 왔다.
달걀의 크기에 대한…. 뭐라고 뭐라고 쓰여있는…. 다 모르겠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왕란은 노계가 낳은 알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었다.
그걸 알려주려고 나에게 카톡을 한 것이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도 노....ㄱ ㅖ'까지 생각하고 그만두었다.) 그러다 울컥 화가 났다.
'노계가 어때서???!!!'
그렇다고 문자로 화를 내지도, 만나서 왜 그딴 걸 보냈냐며 따지지도 않았지만 너무하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티브이랑 노계랑 왜 이렇게 짠한지....
자격지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