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보단 버스
나는 지하철보다 버스가 좋다.
흔들림 없이 빠른 지하철보다
조금 흔들리고 덜컹거려도 창밖을 보면
아 여기쯤 왔구나, 여기가 이렇게 변했네 할 수 있는 버스가 좋다.
가끔 덜컹거리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도착지에 다다랐을 때
“나무도 보고 떨어지는 빗방울도 봤어요! 엄마 손 잡고 가는 아이도 봤고요, 빌딩 사이로 지는 노을도 봤어요!…“라고 할 수 있는 버스가 좋다.
우리네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을
오직 과거로만 인식할 수 있단다.
어릴 때엔 그렇게나 길던 하루가 나이가 드니 짧아지는 이유 또한 기억력 나빠져 큰 사건들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빨리 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기억할 만한 순간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밤의 한 허리를 베어내어
이불 밑에 숨겨둘 순 없겠지만
순간을 기억하고 즐길 수는 있다.
그런 순간이 모여 만들어낸 기억들이
흘러가는 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저 스쳐 지나가던 작은 순간까지도
온전히 내 것이었던
그 시절의 그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