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투성이 모험, 요코하마

국외여행, 일본

by jiya

한 학기 동안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나는 많이 돌아다니지 않았다. 원체 집순이 체질인데다, 무엇때문인지 주변 친구들이 모두 학구열에 불타 덩달아 공부에 몰두했기 때문이다!(돌이켜보면 왜 그랬나 싶기도 하다)


내가 있던 동네는 치바현이라는 지역이었는데, 일본의 중심인 도쿄의 인근지역이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경기도쯤 되려나? 내가 생각하기에 치바는 도시도, 시골도 아니었는데 도쿄에 사는 일본인들은 대게 치바를 시골이라고 불렀다. 그도 그럴게, 치바, 특히 내가 살던 이나게는 주로 은퇴 후 노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였고 지하철 배차간격도 길었으며, 빽빽하게 이루어진 고층빌딩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하철은 환승 없이 도쿄까지 갈 수 있어서 때로 도심까지 나가곤 했다.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가족들 관광을 시켜주러 나가기도 했는데, 번번이 실패하는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요코하마의 야경을 보는 것! 여러번 요코하마에 가며 항상 이런저런 이유로 야경투어를 실패하자, 오기가 생겨 작정하고 수업을 째면서 하루를 비워 떠났다.

그 날은 유난히 해가 높게 떠 아침부터 방 안에 햇줄기가 들어오는 날이었다. 나의 목표는 요코하마의 ‘야경’을 보는 것이었기에 가는 도중에 평소 가보고 싶었던 오모테산도도 들르게 되었다. 오모테산도는 정말 아기자기한 곳이었다. 역을 나와서는 커다란 애플 스토어나 옷가게가 즐비해 있어 꽤나 화려한데, 골목 구석에 들어서면 어딜가나 귀여운 가게가 있었다. 잠깐 들러 궁금했던 프리즌 스모어를 먹고 싶었을 뿐인데, 캬라멜 가게라던가 작은 신사 등 생각보다 구경거리가 많아 다리가 아프도록 열심히 돌아다녔다.

오모테산도에서 시간을 많이 지체한 탓에, 요코하마에 도착하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오히려 잘됐다 싶어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려 했지만 일본은 가게 문을 일찍 닫아 벌써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으려 하고 있었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7시 조금 넘어서였는데! 다행히 아카렌가 창고는 아직 가게 불이 환하게 켜져 있어, 그곳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작은 사치를 부리고 싶어 꽤나 비싸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스테이크와 논알코올 모히또를 한 잔 시켰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점원이 내 말을 잘 못알아듣고 알코올이 들어있는 모히또를 준 것이다. 술이 약한 나는 그것도 모르고 홀짝홀짝 마시다가 결국 취해버렸다. 아카렌가 창고를 나왔을 때는 정신이 몽롱해서, 불빛이 두 개로 보이기까지 했다.

저녁을 먹고 나오자 요코하마 시가지는 더욱 한가해진 모습이었다. 관광객도 거의 집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야경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요코하마에 온 만큼, 어질어질한 뇌를 양손으로 붙들고 야경이 잘 보인다는 오산바시로 향했다. 아카렌가 창고에서 요코하마의 킹, 퀸, 잭의 3대 건물을 빙 돌아 도착한 오산바시는 이미 문을 닫아 쇠로 된 체인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술에 취해 겁도 없고, 말릴 사람도 없으니 그대로 체인을 넘어 멋대로 요코하마의 야경을 손에 얻게 되었다. 야경은 생각보다 더 붉은 빛이었다. 관람차의 모든 색을 담고 싶어 정신없이 핸드폰에 담는데, 문제가 또 발생했다. 차가운 강바람에 핸드폰 배터리가 빨리 닳아 전원이 꺼져버린 것이었다. 길치에다, 술에 취하고, 근처에는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다리를 겨우 옮기며, '이런 곳에서 노숙할 수는 없어' 라는 마음으로 겨우 돌아오는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서도 문제가 있었는데, 집을 코앞에 두고 한 정거장 전까지 가는 지하철을 잘못 타 거의 막차를 아슬아슬하게 갈아타곤, 쓰러지듯 작은 모험의 마침표를 찍었다.

문제 투성이인 짧은 여행이었지만, 사실 그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게 되었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혼자 해 본 여행이었기에,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마치 소설 속에서 모험을 하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그 날 바라본 요코하마의 야경은 아주 고요했는데, 고독을 풍경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 같았다. 그렇다고 차갑거나 외로운 감각이 아니라, 은은하게 따뜻하고, 스치듯 날카롭고, 다소 알딸딸한, 그런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마주한,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요코하마의 야경을 이토록 오래 머금고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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