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로 지나간 일에 후회를 하는 성격이었다. 몸에 좋지 않은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패스트푸드처럼 후회를 반추하는 데 중독이 되어 있었고, 글을 적어 내리는 것도 후회라는 의식행위의 한 파트로 자리 잡아 음울한 색채의 글이 다수를 차지하기 마련이었다.
주로 하지 못했던 일, 할 수 없었던 일을 후회하며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한다는 불평을 늘어놓았는데, 돌아오는 답변도 마음의 구멍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불평을 늘어놓아 주변에 짐이 됐다는 생각에 후회가 배로 쌓이기도 했다.
어느 날은 새로 알게 된 사람과 대화를 하며 삶에 대한 후회를 장황하게 포장해 이야기했는데, 새로운 답변이 돌아왔다. “물론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는 언제나 남지. 그렇지만 그만큼 너는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거잖아? 내가 보기에는 네가 다채로운 사람으로 보이는데.”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결핍된 인생이라고만 생각했던 내가 타인의 눈에 다채로운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니. 처음에는 반발심도 일었지만, 곱씹을수록 내게 다시는 없을 칭찬처럼 느껴졌다.
후회를 끊어내는 일은 지금도 쉽지 않지만, 다채로움이라는 단어를 통해 결핍을 어느 정도 채운 것 같다. 글을 적고 있는 지금은 마침 새싹이 올라오는 시기이다. 다채로운, 봄이 다가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