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를 유영하는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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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svlf






나이테를 유영하는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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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바다를 꿈꾼다. 바다가 움직이는 과정은 정말 신기하다. 바람 부는 결을 따라서 파도가 형성되고 부서지며, 파형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바다의 물결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고요한 듯 보이지만, 계속 헤엄친다. 살아 숨 쉬는 이 바다. 여전히 나는 바다를 가슴에 품고, 바다 내음을 꿈꾼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항상 봐왔던 바다를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여기는 사막. 바다와는 하나도 근접하지 않는 고요한 먼지 위에 서 있다. 이곳 사막은 바다와 질감이 다르다. 공기는 건조한 바람이 불며, 구름은 강한 바람 때문인지 찢어지고, 태양은 아주 선명하게 내게 빛난다.


이곳 사막의 해는 빠르게 진다. 낮에는 눈치채기 어렵지만, 해가 옆으로 눕는 그 순간, 바람의 결에 따라 형성된 모래 무늬가 드러난다. 그것들은 바람 속에서 굳어진 시간의 흔적들이었다. 마치 사막의 나이테처럼 겹겹이 쌓인 채, 나는 그 패턴 속에서 바다의 파문을 떠올린다...


바다의 노을은 사막보다 뿌옇다. 마치 파스텔로 뭉개버려 빛이 산란하는 그 순간. 바다에서 올라오는 안개 덕분인가? 해가 지고 나서, 그 안개는 져버린 해의 빛을 고스란히 머금는다. 마치 곧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처럼 말이다. 우리에게 해가 진다는 것은 그다음을 맞이한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 어두운 순간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어떤 이와 손을 잡고 바닷길을 뛰어다녔으며, 결국 지쳐서 숨을 헐떡거렸는지. 그 바다의 안갯속에서, 지난 태양과 네온들을 다 머금고 있는 공간 속, 나는 고래처럼 물결쳤다. 사랑했기 때문에, 나는 기억한다.


이제는 존재의 완성, 미완의 존재를 보완하는 건, 완벽한 형식도 아니고서는 되려, 지속적으로 물결치는 가능성의 순간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뭉글뭉글한 순간은 이제 흩어져, 제자리를 구성했다. 가질 수 없는 찰나의 순간, 나는 포착 대신, 함께 유영하기를 택한다.


바다에서 평평한 수면으로 해가 진다면, 나는 그 안갯속 영원한 빛을 머금고, 또다시 해를 맞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울퉁불퉁한 모래 언덕 틈, 마른 바람 속에, 지난 모든 공명을 고스란히 땅에 가라앉히고, 모래밖에 남지 않은 나의 시야 속 대륙에 기억과 흔적을 그대로 새겨 넣었다. 그 모든 것들은 고스란히 자리잡아 내게 지나온 길들을 알려줬다. 단순한 수면 위 불규칙적 파동으로 보였던 내 모든 행위와 결과들이 모두 정지하고 가라앉은 채, 나는 이곳에 던져졌다. 그 파동이 다시 움직일 리 없다. 사막에 물 한 컵을 부어도 여기에서는 내 마음은 요동치지 않으니까.


어느덧 밤이 되자,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하는 체온과, 어둠. 그렇게 모든 땅은 삭제되고, 오직 내게 보이는 것은 다만, 별 뿐이었다. 별은 모든 순간 그리고 매 순간 빛나고 움직였다. 이런 어둠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나는 특정한 별들에 이름 짓기를 시작한다. 태초에 나의 생과 함께 시작된 별들... 그 별들에게 나는 하나하나씩 의미를 지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추운 사막에서도 까만 도화지에 별을 쓰며 이렇게 말한다. 이 조그마한 별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면, 그때는 나의 추위를 덜어줄 만큼 따뜻하게 내게 다가와 주겠냐고...


형식과 체계를 갖추고서는, 기하학적 도형을 구사하는 밤하늘의 장은, 이제 내게 정제의 태도를 갖게 했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무엇인가 상상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능력이며, 태양에 의존하지 않고, 내 스스로, 내 스스로가 만든 모든 모진 선택들을 밟아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아, 이 모든 것들... 그것은 한때 나의 바다를 끓어오르게 만들고, 나의 세상을 안개로서 진동시켰으며, 너는 그 순간을 언제나 생각나게끔 했다. 이제는 안녕.


너는 울고 있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 또 빛나고 있을까. 나는 훗날 너와 마주 설 때 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궁금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너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바다가 담겨있다고. 그래서 나는 안다. 언제나 내게서 바다가 요동친다고. 마르고 투박한 이 땅 너머에서 나는 영원히 바다를 품고, 바다를 생각하며, 금세 울어버릴 거 같은 이 안갯속에서, 나는 언제나, 수면에 파도를 만들어 유영하는 고래. 별들로 그려진 그 흔적은, 나로 하여금 이 바다를 언제나 기억하게 만들 것이다. 나에게 밤은 이제 바다요. 나는 고래다. 언제나 과거의 흔적들을 밟고 하늘과 공명하는 공간 속을 유영하며! Dusv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