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선택>

Dusvlf

by Dusvlf






계절 선택








우리에게는 무너질 때가 있다. 하지만 또한 기뻐 웃음을 짓게 되는 시간이 있다. 나의 경우, 내가 무너질때에는 통상 낙담하고, 실패했을 때였다. 반면 내가 기뻐 춤을 추는 때에는 성취감을 느끼고, 무엇을 해내며, 인정받는 순간들이었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우리는 지나온 삶에서 얼마나 일희일비했는지 알게 된다. 또 이렇게 있다가 삶은 지나가고, 나는 그때에도 울면서, 웃으면서, 그렇게 삶을 살아가니까. 인간관계라는 게 참 어렵다. 나는 그저 담담하게, 그것과는 무관하게 내 삶을 살아나가야 한다. 나는 정말 그 사람을 잊고 싶다.


약 한 달 동안, 나는 마치 이별한 적 없는 것과 같이, 그 사람 꿈은커녕, 즐거운 꿈을 꾸었다. 오늘 꿈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조금은 달랐다. 그녀는 부대에 놀러와 나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너는 지금 나와 이렇게 놀고 있는 와중에 이별을 생각하지는 않을까?", "아 우리는 이별했다", "지금 이건 뭐지?" 그렇게 꿈에서 깼다. 마치 감옥 면회실에서 전화기를 통해 유리창 너머의 사람과 통화하는 것과 같이, 내가 밖에 나가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제는 나도 절대 만나지 못할 것을 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나는 무력감이 찾아올 줄 알았을까, 아니면 포기가 빨랐을까. 나는 포기가 이렇게 빠른 사람이었나. 아니면 내가 상황 판단이 빠른 걸까. 나는 솔직히 "나"에 대해서만 제일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을 마침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남을 챙기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어쩌면 나는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감정에 이끌려 살아온 건 아닐까. 생각하고 행동하기보다는, 충동적인 결정을 통해 삶을 결단해 온 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벌써 4월의 허리까지 오고 이제 곧 5월이 온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간다. 아주아주 빠르게. 하지만 나의 시간은 아직 2월에 머물러 있다. 계절이 바뀌고, 꽃도 폈다 떨어지는 와중에, 혼자서 "봄도 가는구나"라고 중얼거린다. 사랑은 모르겠고, 관계도 모르겠으며, 세상에는 맞는 사람과 안 맞는 사람이 참 많은데, 우리 인간이 그래도 하나로 뭉친다고 조밀조밀 붙어서 싸우고 상처받고, 떠나는 우리의 세상.


내가 무너지고, 상황이 변해도 나를 지지해 주며, 밝은 그 존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반면, 나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항상 그랬다. 무엇인가 문제가 생기면, 나 스스로는 그걸 제일 가깝다는 사람에게 말을 꺼내지 못했으며, 스스로의 어깨에 기대어 울었다는 사실 말이다. 또한 다시 일어났다는 사실 말이다.


그렇기에 오늘 기분이 안 좋다고, 힘들다고 해도, 그건 그저 힘든 일이 일어났을 때 내가 느끼는 하나의 감정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또 언젠가 좋은 일이 찾아오면, 신나는 일이 일어나면, 나는 또 그때 가서는 기뻐할 사람이라는 것이다. 강한 사람은 그 기준이 흔들리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 사람인가? 그런 사람은 흔하지 않을 테지만, 없어도 실망 말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건,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래동화와 같은 부류일 수도 있으니까. 낭만적 작가들이, 멋진 기사들을 그려 넣고 공주를 구출하러 간다느니 하는 환상 서사일 수도 있기 때문에.


...


시간이 지나 다시 스스로를 돌아보면, 역시 나는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행동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조금은 서툴지만, 나는 움직이는 사람이며, 주도적으로 사는 사람이기에. 나는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조그마한 고비가 닥쳐와도 나는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을 떠나보내는 용기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조용히 놓아 버리는 일일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 나는 당시 가진 모든 것을 쏟았기에, 나는 다른 것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무의식은 그래도 여전히 자기 기만을 검열하고 있기에, 환상 속에서 살지 않기로 언제부턴가 결심했기에, 이것이 태초부터 내재해 있던 나의 경향성이었나, 아니면 내가 걸어온 모든 길이었나 탐구하는 것은 필요 없다. 왜냐하면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말한다. 단정 짓지 않음은 다른 가능성의 암시라고.


나는 조그마한 바람을 속삭인다. 그 사람도, 지금 혹은 언젠가, 내 생각을 해주기를 바라면서, 나쁜 의미가 아니라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기를. 나는 욕심을 조금 보태어, 그 사람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고, 마찬가지로 나 또한 삶의 주도권을 찾아 내 삶에도 축복이 내려지기를! 좋은 헤어짐은 없지만, 내가 떠나보낸다면, 그건 좋은 이별이 된다고 믿어보며. 한켠에서는 ‘이건 결국 합리화 아닌가’ 하는 차가움이 자라나기 시작했지만, 내가 웃고 있다는 감정만은 속일 수 없었다. 왜냐하면, 2월 겨울이 가고, 여름이 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