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되거나, 데이터로 남거나
정보는 곧 권력이다.
이는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역사를 관통하는 불변의 법칙이다.
칼을 휘두르지 않아도, 왕의 곁에 서지 않아도, 판을 흔드는 자가 있다.
<왕좌의 게임>에서 바리스가 그랬다.
그는 검 한 번 빼들지 않고도 왕국의 권력자들과 대등하게 맞섰다.
때로는 그들을 조종하기까지 했다.
회사원에게도 정보는 곧 권력이다.
특히 내가 중소기업의 중간 관리자처럼 정보가 몰리는 자리에 있다면
실제로 회사 전체가 참여하는 게임을 움직일 수 있다.
숫자와 데이터가 오가는 허브 자리에 있으면, 모든 의사결정이 나의 손을 거친다.
마케팅 부서에서 올라오는 매출 보고서, 영업팀에서 흘러나오는 고객 피드백,
재무팀에서 정리한 비용 분석까지.
이 모든 것들이 내 책상 위에서 만나고, 내가 그것들을 해석하고 연결하는 순간,
나는 단순한 전달자에서 의미 부여자로 변한다.
이러한 중간관리자에게 AI는 최상의 무기가 된다.
정보권력을 이용해서 AI로 스스로를 증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착각한다. AI가 알아서 다 정리해줄 거라고,
AI가 망망대해에서 갑자기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던져줄 거라고 믿는다.
그런 건 없다. 내가 써본 바로는, AI는 내가 던져준 자료와 맥락만큼만 답을 준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오고, 금을 넣으면 금이 나온다.
그래서 결국 또 기승전-사람이다.
내가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프레이밍을 짜야 한다.
"우리 회사의 매출이 왜 떨어지고 있을까?"라는 막연한 질문이 아니라
"3분기 매출 하락의 주요 원인이 신규 고객 획득 부진인가, 기존 고객 이탈인가?"
라는 구체적인 프레이밍을 제시해야 한다.
프레이밍 없이 던지는 질문은 그냥 AI를 잡담 대상자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질문의 프레이밍을 쥐고 있으면,
AI는 데이터를 증폭시켜 내 판단을 더 강하게 만든다.
이게 회사의 중간관리자가 AI를 제대로 쓸 때 생기는 위력이다.
월요일 아침 임원 회의에서 CEO가 "이번 분기 실적이 목표에 못 미쳤는데, 원인이 뭔가?"
라고 물었을 때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기존의 중간관리자라면 "각 부서에 확인해보겠습니다"라고 답하고 뺑뺑 돌았을 것이다.
하지만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중간관리자는 다르다.
데이터와 AI의 분석을 바탕으로 "매출 하락의 70%는 신규 고객 획득 부진 때문이고,
이는 경쟁사 A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라고 즉석에서 답할 수 있다.
이 구조를 만들면, 상사 지시를 받아 메신저로만 움직이던 중간관리자가 아니라,
정보를 재가공해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가 된다.
더 이상 위아래 사이에서 전언만 전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제안하는 존재로 변한다.
부하직원들의 손발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밤늦게 엑셀 시트와 씨름할 필요도 없다.
공헌이익이 올라가고, 존재감이 커진다. 회사에서의 입지가 단단해진다.
여기서 무서운 현실이 드러난다. 결국은 판이 이렇게 짜인다는 것이다.
프레이밍과 데이터를 가진 사람은 더 강해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점점 주변으로 밀려난다.
부익부 빈익빈의 논리가 여기서도 작동한다. 신권력 피라미드가 생긴다.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할 줄 아는 사람은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얻어 더욱 강해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AI가 발전할수록 더욱 뒤처진다.
이것이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집요하게 데이터를 쌓고, 프레이밍을 다듬는다.
이 작업을 하는데 노트북 LM만큼 유용한 게 없더라.
오늘 본 뉴스 기사 하나, 동료와 나눈 대화 한 마디,
회의에서 흘러나온 숫자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언젠가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릴 것이고,
그 그림을 바탕으로 나는 다음 수를 내다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리스의 작은 새들처럼, 내 주변의 모든 정보들이 나만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로 인해서, 나는 AI가 지배하는 세상의 승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