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시대, 시니어가 중심에 선다

브랜드가 되거나, 데이터로 남거나

by 손동진

AX 시대에 로버트 드 니로가 나온 영화 ‘인턴’을 다시 본다.

젊은 CEO가 나이 든 인턴을 받아들이고, 서로 다른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영화 마지막에 젊은 CEO가 말한다. “내가 이 선택, 제대로 한 걸까요?”

그리고 드 니로는 별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대사 한 마디 없지만, 그게 전부다. 오랜 세월 조직을 살아 내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장면들을 겪어봤기 때문에,

단 한 마디로도 충분했던 거다.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하고, 컨설팅하는 건 요즘 누구나 한다.

그런데 그 데이터가 ‘무슨 의미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엔 ‘살아본 사람’이 더 정확하다.

AX 시대는 AI와 사람이 함께 설계하는 경험의 시대다.
추상적으로 들리겠지만 결국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AI는 도구가 되고, 사람은 조타수가 된다.”

문제는 가장 필요한 조타수가 누구냐는 거다. 나는 단언할 수 있다.

그 자리는 시니어가 더 잘 어울린다.


왜냐고? 시니어는 자기만의 데이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과 눈 마주쳤을 때,

그 눈빛이 “괜찮습니다”가 아니라 “불편합니다”일 수도 있다는 걸,

매뉴얼이 아니라 몸으로 아는 사람 말이다.

한 통의 전화, 한 줄의 문자, 한 번의 방문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경험으로 배운 사람.

그게 시니어다.


AI는 똑똑하다. 숫자도 잘 외우고, 고객의 클릭 패턴도 분석해준다.

하지만 지금 세일즈에서 진짜 필요한 건 그런 계산력이 아니다.

고객이 망설이는 이유가 ‘가격’인지, ‘불신’인지, 아니면 ‘그냥 귀찮은’ 건지.

그걸 읽어내는 감각이다.

그 감각은 AI가 인터넷을 뒤져서 얻어낼 수 있는 데이터가 아니다.

명석한 머리로 열심히 공부한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다.

오래 지켜보고, 몇 번 당해보고, 부끄러워도 다시 찾아가고, 그렇게 익히는 거다.

말하자면, 시니어는 그 모든 장면의 축적물이다.


나도 한때는 그랬다. 빠르게 배우고, 빨리 성과 내고, 그게 다인 줄 알았다.

그런데 고객은 숫자보다 마음을 보고 있었다.

‘이 사람은 날 얼마나 오래 보려고 하나?’

‘이 계약이 끝나도 연락할 사람인가?’

그걸 확인하는 거였다.

그래서 하루 일찍 도착하고, 한 마디라도 더 설명하고, 괜찮다는 말에 진심이 담기도록 연습했다.

결국 신뢰는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이 주는 거였다.


나는 이제 확신한다.

AX 시대에는 AI가 판을 짜지만 결국 사람이 디테일을 채우는 시대다.

그때 필요한 사람은, 새로운 툴을 아는 사람보다 오래된 감을 가진 사람이다.

빠르게 피드백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하게 판단하고, 실수 없는 방향으로 끌고 갈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을 시니어라고 하지 않았나.


영화 속 ‘인턴’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이 시작이다.

AI가 뭐든 대신해주겠지만, 무엇이 중요한지는 시키지 않아도 아는 사람,

데이터를 읽는 게 아니라 맥락을 해석하는 사람,

바로 그런 경험자가 필요해지는 시대다.

희망퇴직이라는 말 뒤에 숨은 ‘너는 이제 필요 없다’는 통보에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금부터 진짜 필요해지는 사람이 바로 나다.”

두고 보자. 자신이 꽤 쓸만한 시니어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제 곧 다시 사회에 불려나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