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남의 일만 할거야?
사실 나는 창업을 한게 아니다.
투자를 받지도 않았고, 사업 기획서도 없었다.
그냥 본업을 열심히 하다가 '개업'했다.
나는 사회 초년생을 돈 벌고, 쓰고, 이익을 남겨야만
월급과 인센티브를 받는 영업 사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개업을 한 후에도 처음부터 선명했다.
영업을 개시한 직후부터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구조'에만 집중하였다.
돈이 들어오지 않는 일이라면, 아무리 멋져도 시작하지 않았다.
그렇게 16년간 흑자를 낼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주변에선 누가 투자를 크게 유치했다고,
또 밸류에이션이 얼마라고 떠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번 달 매출을 걱정했고, 다음 달 현금흐름을 따졌다.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사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의도된 적자와 급격한 매출 성장 그래프 같은 것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수익이 안 나는 본업이라면 절대 손대지 않았다.
물론, '비전'이니 '미션'이니 하는 말들로 청사진을 그리기도 했다.
다만 그 비전은 먼 미래가 아니라 당장 이번 달, 이번 년도였다.
고객을 지키는데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가.
사업장을 상급지로 옮기면 어떻게 월세를 벌충할 것인가,
직원을 늘이면 공헌이익이 어떻게 변하는가와 같은 것들이 내 비전이었다.
그렇다. 나는 그저 개업한 것이다.
가게 문을 열었고, 손님이 왔고, 계산을 하고 드나들었다.
그 계산대에 남는 돈이 있어야 다음 날도 문을 열 수 있었다.
직원들의 KPI도 매출이나 마진보다도 오로지 수익이었다.
경영 기조는 하나였다. 무조건 이익이 남는 구조를 만들자.
누군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나는 항상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래서 그게 돈이 돼?"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에서 냉정함은 친절이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못 주는 것보다 훨씬 친절하다.
흑자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었다.
적자를 내면서 버티는 건 제명에 죽지 못할 것 같았다.
한 치앞도 모르는 정세에서 언젠가 대박이 터지길 바라며
남의 돈을 태우는 것은 특히 도박에 가깝다.
이익이 나면, 반드시 나눴다. 물론, 많은 금액은 아니었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그걸 '존중'이라고 생각했다.
적자를 내는 기업은 복지를 얘기할 자격이 없다.
수익이 있어야 분배가 있고, 분배가 있어야 지속이 있다.
첫 해년도 직원에게 성과급을 줬을 때가 기억난다.
봉투에 현금을 넣어 건넸다. 금액은 크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직원이 물었다.
"대표님, 이거 정말 저 줘도 돼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벌어온 거야. 내가 주는 게 아니라, 당신 몫이야."
그날 이후 팀 분위기는 현저히 달라졌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출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마치 사장인냥 비용을 아끼려고 했다.
왜냐하면 그게 결국 자기 몫으로 돌아온다는 걸 알았으니까.
복지는 시혜가 아니다. 함께 만든 이익을 나누는 것이다.
그러니 이익이 없는데 복지를 말하는 건 거짓말이다.
특히 남의 돈으로 화려한 사무실 꾸미는 건 복지가 아니라 사치다.
사업은 꿈이 아니다.
이익이 남아야, 팀도 꿈도 지킬 수 있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사업을 하면 뭔가 거창한 걸 이뤄야 한다고.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기 전에 내 가족부터 먹여 살려야 한다.
직원 월급부터 제때 줘야 한다.
나는 16년 동안 한 번도 직원 월급을 밀린 적이 없다.
한 번도 거래처에 결제를 미뤄본 적도 없다.
그게 나름대로 나를 뿌듯하게 만든다.
그게 진짜 나의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