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남의 일만 할거야?
구글의 80% rule은 유명한 사례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업무 시간의 20%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다.
그 20%에서 지메일이 나왔고, 애드센스가 나왔다.
하지만 구글이 성공한 진짜 이유는 그 20%가 아니라
나머지 80%가 검색이라는 본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본업이 탄탄하지 않았다면 20%의 실험은 사치에 불과했을 것이다.
경쟁자들이 투자를 받아 미래산업을 준비할 때,
나는 지금 당장 이익이 나는 일에 에너지를 집중했다.
그게 선택이었는지 어쩔 수 없었던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7대 2대 1 법칙을 지켰다.
70%는 원래 하던 본업에, 20%는 유행하는 신사업에,
나머지 10%는 업과 상관없는 완전 새로운 시도에 썼다.
사업이 한창 확장하던 2010년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대행을 업으로 하는 우리 회사의 본업은
매일 비슷한 제안서를 쓰고, 익숙한 매체사들과 일하는 연속이었다.
당시 업계는 디지털 전환이다, 뉴미디어 플랫폼이다 하며 시끌벅적했다.
그렇지만 많은 기업이 겉으로 화려한 것과 달리
직원들의 다음 달 월급을 줄 수 없는 한계기업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외부에서 알아주지 않을 지라도 70%를 차지하는 '지루한' 본업이
회사를 먹여 살리는 유일한 생명줄이라는 걸 체감한 순간이었다.
업무의 20%는 고객사가 선망하는 떠오르는 신사업에 썼다.
가상환경에서 광고가 제작되고 소셜 네트워크에서의
데이터 기반의 브랜드 저널리즘이 마케팅 트렌드로 주목받던 시기였다.
기존 업과 연결되어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었다.
물론 핵심역량을 쏟아 부을 수 없엇기에 매번 만족 스럽지는 못했다.
실패하면 아팠지만, 그래도 본업이 70%를 지키고 있으니 도전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10%는 업과 상관없는 완전 새로운 시도에 썼다.
미디어 커머스와 같은 당시엔 생소한 비즈니스 같은 것들이다.
지금은 광고회사가 자체 브랜드와 유통채널로 크게 성공하고 있다.
실패해도 괜찮은 것들, 성공하면 다행이고 실패해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이었다.
결과적으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있었다.
플랫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고객 경험이란 게 뭔지,
우리가 몰랐던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이 10%가 없었다면 아마 숨이 막혔을 것 같다.
중요한 건 비율의 균형이다.
구글도 80%는 본업에 집중했기에 20%의 실험이 가능했다.
만약 50%를 본업에, 50%를 실험에 썼다면 아마 둘 다 망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70%를 본업에 쏟았기에 나머지 30%를 쓸 수 있었다.
본업이 무너지면 신사업도, 새로운 시도도 모두 의미가 없어지니까.
소규모 기업에서는 이 원칙을 더 깊이 체득할 수 있다.
대기업에서는 본업의 대부분이 이미 시스템으로 굴러간다.
누가 해도 비슷하게 돌아가는 구조 속에서 개인은 톱니바퀴 하나에 가깝다.
신사업은 별도 사업부가 담당하고, 새로운 실험은 R&D 팀의 몫이다.
각자의 영역이 명확히 나뉘어 있어서 전체를 보기 어렵다.
중소기업은 본업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대기업이라면 이런 전환은 별도 조직을 만들고 승인 과정을 거쳐야 했겠지만,
우리는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조금씩 비중을 늘려갔다.
결국 이 20%가 몇 년 후에는 30%, 40%로 커졌고,
회사가 시대에 뒤처지지 않게 해줬다.
작은 조직은 이 균형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 절실하게 배운다.
이 비율을 지켜온 게 위기가 와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였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2020년 팬데믹 때도 본업이 탄탄했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동시에 30%의 신사업과 창의적 시도가 있었기에 시대 변화에 적응할 수 있었다.
안전한 본업만 고수 했다면 지금쯤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트렌디한 신사업만 외쳤다면 그 전에 무너졌을 것이다.
투자금으로 화려하게 시작했던 곳들이 자금줄이 끊기자 무너질 때,
지루하게 매일을 버텨온 기업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돌이켜보면 작은 조직을 운영하며 배우고 깨우친게 많다.
본업을 지키면서도 변화에 적응하는 법, 작은 자원으로 새로운 걸 시도하는 법.
그리고 7대 2대 1의 균형을 스스로 만드는 법.
이런 것들은 아마 대기업에 있었더라면,
혹은 투자를 받아 한 가지에만 올인했더라면 배우지 못했을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