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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진 Jun 16. 2024

내뱉러의 힘

공모전에 도전한다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다. 솔직히 떨어질 확률 99.99퍼센트여서 쥐도 새도 모르게 응모하려 했다. 하지만 천기누설을 발설해야만 이유 때문에 등 떠밀리다시피 공모전 도전기를 커밍아웃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 원인이 만족스럽게 해결된 것도 아니니 오히려 찝찝합만 남기고 만.... 

아무튼 그 후로 나는 그 누구도 눈치 주지 않았는데(아마 관심도 없을 터이다.) 혼자서 세상 눈치는 다보며 끙끙대고 있다. 동화 써야 되는데... 동화 써야 하는데..... 수상자 명단에 턱걸이라도 걸터앉은 모양을 어서 보여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실로 백 년 만이다. 아이들이 자는 틈을 비집고 나와 노트북 앞에서 타자를 치는 나의 모습이란.


앉기만 했다고 뚝딱뚝딱 글이 써지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건만 백지 같은 내 머리상태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뇌와의 밀당을 끝내고 브런치를 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쓰며 깨달았다. 


내뱉러의 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공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랬다. 내뱉고 나자 달이 뜬 밤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자나 깨나 동화스토리 궁리에 빠져있는 모습 말이다. 물론 영감을 찾고 글을 쓰는 자체로 행복감을 느끼지만 압박감이라는 채찍이 합심하니 꽤나 경주마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나같이 게으르고 프로 무계획러인 사람들이라면 내뱉러의 힘을 한번 믿어보시라 추천한다. 달밤에 체조가 아니라 달밤에 글쓰기를 하는 모습에 스스로 취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권남희 작가님의 스타벅스 일기에 계속 취해있습니다. 자꾸 작가님 문체를 따라 하게 되네요. 될 것 같은데 쓰고 나면 깨닫습니다. 하.... 될 것 같은거지 될 수 있는 건 아니구나....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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