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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세상

by 정효진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서있었다. 때마침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아저씨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흙이 묻은 지저분한 운동화를 신을걸 보니 몸 쓰는 작업을 하고 돌아가시는 길 같아 보였다. 페달을 밟으며 나아가는 무심하지만 순박하고 수수한 얼굴을 보며 순간 마음이 찡하고 울렸다. 왜 그랬을까?

살짝 구부정해진 등허리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미디어와 인터넷으로 전 세계인들이 소통하는 시끌벅적한 세상 속에서, 소박한 자신만의 인맥 울타리속 세상에 살며, 가장으로서 오늘도 열심히 바퀴를 구르는 모습은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모두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매일 새로운 세상이 태어나고 사라진다. 백명의 사람이 아니라 백개의 세상이 부딪히며 충돌하고, 때로는 서로의 존재도 모른 채 피고 진다.


슬쩍 본 아저씨의 세상은 소박하지만 단단하고 아름다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찰나이지만 반짝이는 세상을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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