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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한 달 동안 매일 글쓰기 성공의 의미

by 정효진

오늘은 뭘 쓸까 생각하며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네요. 한참을 멍 때리다(혹은 졸다) 무심결에 그동안 쓴 글들을 훑어봅니다. 9월엔 일본에 들어와 답답한 마음을 한두 편의 글로 남겼어요. 그리고 무슨 정신이 팔렸는지 10월 중순부터는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10월에도 구멍 난 양말처럼 숭덩숭덩 쓰다가 11월에는 거의 매일 글을 올립니다. 이때부터는 약간 정신이 나갔습니다. 하루에 두 편 올릴 때도 있고, 갑자기 일본생활을 주제로 연재 브런치북도 시작합니다. 사실상 연재 브런치북으로 인해 꾸준한 글쓰기가 가능해진 것 같습니다. 제가 스스로를 멱살 잡고 끌고 갔거든요. 주 3회 연재라니.... 혼자 자학하며 글감을 쥐어짜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행복한 자학인 것 같습니다^^)


몇 번 조회수 몇천, 딱 한번 조회수 만회의 기쁨도 누려봤습니다.(일본생활기가 다음 메인에 올라갑니다.) 글을 쓰며 알게 된 이웃님들의 좋아요와 댓글도 글쓰기의 큰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꾸준한 글쓰기가 완벽한 습관이 되었습니다. 글쓰기가 힘들지 않다니요. 스스로가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오히려 나도 모르게 글 쓰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파블로프의 개가 되어 머릿속으로 침을 질질 흘리며 말입니다. 한 달 동안 매일 브런치 글쓰기는 글쓰기의 부담을 없애주고 또 글쓰기가 습관이 돼서 의지력도 필요 없게 만들어놨습니다. 이제는 글을 쓰지 않으면 뇌가 그렇게 저를 구박하고 괴롭힙니다. 어서 노트북 앞에 앉으라고 달달 볶습니다. 일본 오기 전에는 상상도 하기 힘든 모습입니다.


물론 저는 예전부터 블로그를 써왔습니다. 하지만 블로그와 브런치의 글은 성격이 다르네요.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좀 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한 번이라도 더 사유하는 저를 봅니다. 글의 깊이가 좀 더 깊어졌다고 할까요. 마음을 여는 게 쉽지 않았던 저란 사람은 일본이라는 벽을 만나 두려움과 답답함을 토해낼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반강제적으로 토해내 버린 감정의 응어리들과 머릿속 흐트러진 생각들을 잡아준 브런치는 소중합니다. 꾸준한 글쓰기로 마음과 머리가 많이 맑아진 기분입니다. 털어내놓고 있으니까요.


굉장히 오래 글 쓴 것 같은데 한 달 조금 넘은 시간이라니, 이렇게 꾸준히 일 년을 쓰면 저는 어떻게 변해있을까요? 글쓰기의 힘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이제는 좀 더 질 높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도 생겼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겠지요.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매일 읽고 매일 쓰는 삶의 고마움을 깨달은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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