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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독서의 가장 큰 힘

by 정효진

헤아려보니 약 3년간 독서를 한 것 같다. 처음 1년은 재테크를 위한 경제서 위주로 읽다가 시야가 트이면서 자기 계발, 에세이, 인문까지 가리지 않고 읽었다. 1년은 일주일에 5~7권씩 빌려다 읽곤 했다. 물론 속독, 정독, 다독, 몇 장만 훑고 덮은 책들까지 포함이다. 일본에 와서는 확실히 눈앞의 물성책이 없으니 한국만큼 책이 읽히지 않는다. 타지생활의 적응도 한몫 했으리라. 그래도 밀리의 서재가 있어서 일주일에 한 두 권씩 근근이 읽고 있다.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지금은 나름 아웃풋에 신경 쓰다 보니 마음만큼 쉽지만도 않다.


오늘은 아침부터 할 일이 많았다. 월세를 포인트로 정립해 준다는 정보를 듣고 모르는 일본어를 붙들고 씨름했으며, 우체국에 가서 번역기와 손짓발짓과 슬픈 고양이 눈을 시전 하며 에러 나는 카드와 수도세지급을 문의하고 왔다. 그 와중에 학교에 들러 늦은 아이들 도시락까지 전해주었다. 마지막으로 마트에서 따듯한 털모자를 사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오니 12시가 다 되었다. 해도 없는 쌀쌀하고 글루미한 날에 여러 용무로 돌아다니다 보니 따뜻한 커피 두 잔을 막걸리처럼 원샷했다. 몸은 피곤했다. 하지만 나의 정신과 마음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나의 두뇌는 빨리 노트북 앞에 앉으라고 외치고 있었다. 예전과 다르게 유튜브를 틀거나 누워서 자고 싶지 않았다. 글을 쓰고 싶었다. 이미 허비한 시간은 어쩔 수 없다지만 남은 이 시간만큼은 나를 위해 아낌없이 쓰고 싶었다. 아이들 하교까지 3시간 정도. 나의 뇌가 이미 알아버린 것이다. 시간은 황금과 같으니 어서 빨리 앉아 책을 읽든, 글을 쓰든 나를 위한 생산적인 일을 하라고.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지 말라고. 변명 따윈 통하지 않는다고.


시간의 소중함을 알아버렸다.


수년간의 독서로 인해 시간의 소중함이 나의 무의식에 각인되었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피곤해도 웬만하면 시시콜콜한 일에 나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 글을 쓸 정신이 없으면 책이라도 읽으려고 한다. 그마저도 힘들면 스레드나 인스타라도 올리려고 노력한다. 틈틈이 얻어지는 나의 시간에 무엇이든 나를 위한 생산적인 것들을 하고 있다. 나의 의지는 한 스푼, 무의식에 각인돼 습관적으로 행해지는 행동은 99스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2시간 남짓 남은 나의 시간을 소중히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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