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정하기

3년간의 창업, 2달간의 휴식

by 김대엽

오늘부터 나는 백수다.


3년간 회사를 일구면서 가장 크게 무너진 것은 루틴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업을 한다는 건 정해진 일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개발자이자 CTO였지만 개발만 할 수는 없었다. 때로는 강의를 하고, 마케팅을 하고, 팀을 이끌고, 사람을 뽑았다. 말 그대로 게릴라전처럼 일했다. 수많은 회의와 대화, 그리고 고민이 이어졌다.


그래서 이 휴식 기간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루틴을 만드는 것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는 것. 그동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일들을, 두 달 동안 꾸준히 즐기며 해보고 싶었다.

크게는 운동, 영어 공부, 게임 개발, 글쓰기로 나눴다. 오래 앉아서 일하다 보니 목과 허리 건강이 많이 나빠졌음을 느꼈다. 거북목이 심해지면서 두통도 잦아졌다. 작년에 먹은 타이레놀의 양이 평생 먹은 양보다 많았을 정도다.


작년 말부터 다시 러닝을 시작했는데, 확실히 몸이 좋아졌다. 뛰는 동안 경추와 척추가 자연스럽게 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복싱장에도 연락을 해봤다. 복싱은 한 번쯤 꼭 배워보고 싶었던 운동인데, 이번 기회에 두 달 동안 제대로 배워볼 생각이다. 새로운 재미가 생길 것 같다.


영어는 늘 잘하고 싶었다. 미국에서 1년간 인턴 생활을 했지만, 그때도 항상 부족함을 느꼈다. 당시에는 출근 전 한 시간씩 영어 공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늘 하던 말, 익숙한 표현에만 머무르게 되었고 다른 영역으로는 전혀 확장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두 달 동안은 ‘공부하는 습관’을 만드는 데 집중해보려 한다. 게임 개발은 나의 창작 활동이고, 글쓰기는 내가 해온 일을 기록하기 위해 루틴에 넣었다.


이와 함께 앞으로의 재무 계획도 세우고, 학습할 소재들도 미리 찾아두었다. 루틴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미리 끝내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루를 보내다 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오늘 뭐 했지?”라고 돌아보면 순간 멍해지면서,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고, 순간순간에 깊이 몰입하고 있었다. 재무 계획을 세우는 일도, 하루의 루틴을 정하는 일도, 영어 공부 소재를 찾는 과정도—그 모든 것에 분명한 즐거움이 있었다. 내일도 아마 좀 더 남은 행정 업무를 처리할텐데 그마저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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