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학생
2024년 6월.
친한 친구에게 링크가 하나 날아왔다.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 교감선생님께서 그 학교 3학년 학생에게 뺨을 맞는 뉴스 영상이었다.
https://youtu.be/TZ233Tcbq8k?si=OYK_E9uMb0vrNtFI
나는 순간 기억 한켠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일이 떠올랐다.
난생처음 정신과를 다니고 심리상담을 받으며,
외과와 피부과를 전전하며 치료를 받았던 그 시간.
새 학기 새로운 아이들과 만난 지 며칠 뒤,
똑똑똑
등교 후 1교시가 시작했을 무렵,
교실 앞문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앞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전학업무 담당 행정실무원, 할머니로 보이는 분과 그분의 손을 잡은 A군 이렇게 셋이 나란히 서 있었다.
나와 친분이 있던 행정실무원은
- 선생님, 전학생 왔어요.
라고 웃으며 전입학 서류를 건네주었다.
할머니로 보이는 분께서는
- 선생님, 잘 부탁드려요.
라며 허리 숙여 인사하셨지만, 그분의 손을 잡은 A군은 먼산을 보며 서있었다.
‘어색한가 보네...’ 라 생각하며,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A군의 손을 잡고 교실에 들어오면서, 행정실무원과 조모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나와 아이들이 있는 교실로 들어온 A의 체구는 또래보다 작았고 얼굴은 까무잡잡했다. 난 A가 앉을자리와 오늘 진행할 시간표를 간단히 안내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1교시 수업이 끝난 뒤 나는 A군 주변에 앉은 학생들을 통해 A군에게 도움 될만한 학교생활 안내를 부탁했다. 그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에게 부탁을 받은 사실만으로도 기뻐하며, A에게 다가가 화장실 위치, 학교 급식 메뉴 등을 알려주었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나는 A를 1층 중앙현관으로 데리고 나갔다. 제출할 서류(가정환경조사서, 식품알레르기 및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 등)를 가방에 넣어 준 뒤, 1층 중앙현관으로 함께 내려갔다.
중앙현관에는 아침에 데리고 오신 할머니가 서 있었다.
- 가방에 제출하실 서류가 있어요. 내일 아이 편에 부탁드릴게요.
라고 말하며 A군과 노모를 배웅했다.
다음날 아침, 아직 낯선 표정의 A는 스스로 제출하기보다는 내가 와서 자신의 서류들을 챙겨주길 바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A의 가방을 열어 서류가 들어있는 L자 파일을 꺼내었고, 별생각 없이 확인한 가정환경조사서를 보고는 멈칫했다.
가정환경조사서: 학년초 인적사항과 알레르기 및 학생 개인의 특이사항을 미리 알기 위해 학부모가 작성해 제출하는 서류
작고 예쁜 글씨로 A군에 대한 이야기가 한가득 적혀있었다.
그중 마지막 부분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창의적이고 예민하고 민감해 학기 초에 적응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획일적인 수업이 아닌 개개인에게 맞는 수업을 부탁합니다.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학생의 알레르기 정보나 사전에 내가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적어서 보낸다. 그것도 아니라면, ‘잘 부탁드립니다’ 또는 아무 내용도 없는 편이 많다.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쳤다.
무엇인가 많이 적혀있다면, 많이 살펴줄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면서...
수업 중 먼산을 보는 시간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많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며칠 동안 특별한 점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하교시킨 뒤였다.
A는 아직 알림장을 쓰고 있었고 나는 다른 학생 몇몇을 방과후 교실에 데려다준다고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그 친구는 복도에 나와
우리 선생님이 없어졌어요
라고 한참을 목 노아 울고 있었다. 울음소리가 얼마니 컸는지, 옆반 선생님이 복도로 나와 달래주고 계셨다.
내가 돌아와 진정시킨 뒤, 아이를 중앙현관에서 기다리는 할머니에게 데려다주었다. A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시고는 할머니는 무슨 일인지 물었다.
- A가 눈이 빨갛네요. 선생님.
- 네, 제가 잠시 다른 아이들 데려다준 사이 선생님이 없어졌다고 울었어요^^
- 아, 네... 아직 우리 A가 많이 어려요.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
별 탈 없이 한바탕 울었던 일은 마무리되었고 나는 다시 교실로 올라오는 길에 문득, 나는 아주 예전에 배웠던 ‘대상연속성’ 이란 개념을 떠올릴 수 있었다.
대상 영속성이란
특정 대상이 관찰되지 않아도 계속 존재함을 뜻하는 용어로,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 따르면
유아는 출생 때부터 약 2세까지 이어지는 감각운동기가 끝날 무렵 이 개념을 형성함.
대상 영속성.
시험 문제로나 접했던 이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