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가격 전쟁
5편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2000년 5월 씨디네트웍스가 설립될 무렵 비슷한 시기에 웹데이터뱅크와 필라민트네트웍스가 설립되었다. 그리고 2001년 3사가 비슷한 시기에 CDN 유료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2003년까지 국내에서 CDN을 표방하는 회사들은 무수히 많았지만, 소위 ‘정통 CDN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우리 회사를 포함해서 3개 회사뿐이었다.
3사가 사업을 시작할 무렵에는 회사 규모나 기술력 등 여러모로 서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 회사는 삼성벤처투자로부터의 40억 펀딩을 시작으로 온라인게임 시장 선점, 고화질 동영상 시장 선점 등 줄곧 선도기업으로써의 자리를 지켜왔다. 우리의 기술력이 매우 독보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Global CDN 시장의 선도기업인 Akamai가 한 번도 글로벌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은 것처럼 우리도 한국 CDN 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써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웹데이터뱅크와 필라민트네트웍스는 서로 2위를 자처하며 경쟁했지만,
그들의 공동의 적은 언제나 씨디네트웍스였다.
기술력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언제나 리딩기업으로서 시장을 선점하고, 그로 인한 가격 프리미엄을 독차지하는 씨디네트웍스에 맞서는 2,3위 기업들의 영업전략은 오직 Low Price 뿐이었다.
이런 이유로 영업현장에서는 필라민트와 웹데이터뱅크가 백지 견적을 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무조건 씨디네트웍스 대비 50% 가격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낮은 가격을 내더라도 그보다 50% 낮은 가격에 해주겠다니 혹하는 고객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중에는 어떻게 50%를 제시할 수 있는지 의아해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그러자 필라민트와 웹데이터뱅크 영업사원들은 원가를 공개하면서 자신들은 고객을 위해서 판매원가에 최소한의 마진만 추가하는데 비해서 씨디네트웍스는 선도기업이라는 이유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비방을 하곤 했다. 반면, 우리는 판매원가뿐 아니라 인건비, 영업비 등 일반관리비를 보전하고 성장을 위한 마진도 확보해야만 지속경영을 통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논리로 고객을 설득했고, High Price 정책을 고수했다. 어차피 경쟁사는 우리 가격의 50%를 제안할 것이므로, 만약 우리가 가격 때문에 탈락하더라도 CDN 업계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 가격이라도 높여 놓자는 것이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보로 영업을 하면 결국에는 공멸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재무상태가 건전한 우량고객들을 확보해 나간 반면에, 경쟁사들은 돈이 없어서 저렴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비우량 고객들이 많아졌고 그럴수록 서비스요금을 떼이는 횟수가 늘어났다. 이는 인프라 투자 감소로 인한 서비스 품질 저하를 초래했고, 결국 나중에 얘기하게 될 몰락의 길을 자초하고 말았다.
-- 10편에서 계속
1편 - 한국 최초의 CDN 전문기업 씨디네트웍스 탄생의 비화
3편 - 통신 3사의 공동 투자, 첫 번째 그림의 완성
7편 - 온라인게임 5개사 수주, 시장 개척을 통한 진정한 1위 도약
8편 - 국내 최초, 어쩌면 세계 최초 HD 고화질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9편 - 총성 없는 가격 전쟁
13편 - 맨주먹으로 동경에 서다, 일본법인 설립 - 1
14편 - 맨주먹으로 동경에 서다, 일본법인 설립 - 2
18편 - 해외사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한 조직개편 - 1
19편 - 해외사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한 조직개편 - 2
20편 - 글로벌 조직 운영을 위한 과감한 결단, Global PI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