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존재는 민폐가 아니라 ‘확장’입니다.

인사이동 명단보다 학교의 ‘장벽’을 먼저 확인해야 했던 특수교사

by 박혜현

“축하해! 어느 학교로 가?”
동료 교사들이 새 학교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을 때, 인사이동 명단에서 제 이름을 확인한 저는 습관처럼 지도 앱부터 켭니다. 로드뷰를 샅샅이 뒤지며 제가 확인해야 했던 건 아이들의 명부가 아니라 학교의 ‘장벽’들이었습니다.
“교문 앞에 턱이 있나?”
“엘리베이터는 내가 타기에 너무 좁진 않을까?”
“장애인 화장실은 관리가 잘 되고 있을까?”
누군가에게 인사이동이 ‘성장과 만남의 설렘’이라면, 저에게 그것은 ‘나라는 존재가 민폐가 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인지’를 가늠하는 생존 게임과 같았습니다. 새로운 학교의 문턱을 넘기 전, 저는 늘 보이지 않는 사과를 먼저 준비하곤 했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내가 가서 학교 시설을 고치게 하고, 동료들에게 번거로움을 줄까 봐서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 미안함은 내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걸요.
화장실 위치를 걱정해야 하는 건 내 다리가 불편해서가 아니라, 당연히 있어야 할 곳에 그것을 만들지 않은 세상의 무관심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동료들에게 미안해해야 할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나 같은 교사를 맞이할 준비를 더 당연하게 했어야 하는 일이었죠.


이제 저는 인사이동 첫날,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지 않습니다.
대신 당당하게 휠체어 바퀴를 굴리며 들어갑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온 특수교사 박혜현입니다. 제가 일하기 편한 환경이 된다면, 우리 아이들도 훨씬 편해질 거예요. 함께 만들어가 볼까요?”
내가 그 학교에 발령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이미 그곳의 구성원이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더 이상 나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미리 사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환경, 낯선 자리 앞에서 ‘내 자리가 없을까 봐’ 두려워하고 계신가요?
당신이 간 그 자리가 바로 당신의 자리입니다. 당신이 그곳에 존재함으로 인해, 세상은 조금 더 넓어질 준비를 하는 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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