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이 길을 선택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숭고한 사명감 때문에 이 길을 선택했느냐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마땅히 남다른 희생이나 인내가 있어야만 가능한 영역이라고들 믿기 때문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아이들 앞에 선 저를 보며, 사람들은 준비해 온 듯 '봉사'라는 단어를 내밀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대답은 늘 같습니다.
“아니요, 철저히 저 자신을 위해서였습니다.”
세상은 이 길을 걷는 것 자체가 거창한 사명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지만, 제게 이 길은 타인을 향한 헌신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나답게 살고 싶어 선택한 생존의 자리였고, 장애라는 이유로 나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안식처였습니다.
이윤의 논리보다 사람의 가치가 우선인 곳. 나의 신체적 조건이 결점이 아닌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지는 환경. 저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저를 지키기 위해, 가장 저 다운 숨을 쉴 수 있는 이 자리를 선택했습니다.
저는 이 길 위에서 배웠습니다. 신체의 제약이 삶의 한계가 된다는 말은 틀렸다는 것을요. 진짜 한계는 하고 싶은 마음을 주저하는 마음속에 가둬버릴 때 시작되었습니다. 휠체어 바퀴가 넘지 못하는 물리적인 턱보다 무서운 건, 제 마음 안에 세워진 보이지 않는 벽이었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아 막막할 때마다 생각합니다. 아직 충분히 그려보지 않았을 뿐이라고. 뜻이 있다고 길이 저절로 열리는 기적 같은 건 없었습니다. 다만 뜻을 세우고 무거운 바퀴를 굴려 첫발을 내디뎠을 때, 비로소 길이 만들어졌습니다. 진흙탕과 돌밭을 지나며 그어진 바퀴 자국이 하나의 선이 될 때, 그 끝에는 제가 그토록 원하던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망설임 대신 시작을 선택합니다. 세상이 요구하는 사명감이라는 틀에 저를 맞추는 대신, 오직 저 자신을 위해 바퀴를 굴립니다. 그렇게 묵묵히 나아가는 걸음 끝에, 진짜 저만의 길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