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커피는 음료가 아니라 ‘어른의 자격’이었습니다

휠체어 컵 홀더에 커피 한 잔을 꽂고 출근하는 꿈

by 박혜현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유’의 다른 이름이자, 제가 온전한 성인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의식이었습니다.




사고로 병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남들보다 조금 늦은 스물셋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낯선 캠퍼스에서 제가 가장 사랑했던 공간은 우리 학교 도서관 1층에 자리 잡은 커피 전문점, ‘브리스톳’이었습니다.

저에게 학교는 다치고 나서 처음으로 느낀 해방의 공간이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오직 제 전동휠체어 레버를 밀기만 하면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도서관 1층 카페는 턱 하나 없이 매끄럽게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그곳에 들어설 때면, 휠체어 바퀴가 바닥을 구르는 소리와 함께 진한 원두 향이 온몸을 감싸곤 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병실의 소독약 냄새도, 저를 향한 타인의 시선도 모두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저에게 커피는 ‘성인’, 즉 ‘어른들의 음료’였습니다. 자유롭게 원하는 시간에 혼자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세상이 저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봐, 넌 지금 스스로 선택한 시간을 즐기고 있어. 넌 정말 멋있는 어른이야.”

누구의 보호도, 동의도 필요 없는 그 독립적인 찰나의 순간이 좋았습니다. 커피 한 잔을 손에 쥐는 것은 제가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임을 확인받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조금씩 카페인에, 아니 ‘자유’에 중독되어 갔습니다.


지금의 저는 3분 거리의 학교로 출근하는 특수교사입니다. 하지만 그 짧은 길조차 저에게는 여전히 ‘울퉁불퉁한 현실’입니다. 경사가 심하고 노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저는 결국 휠체어 대신 운전대를 잡고 출근합니다.

저에게는 여전히 이동에 대한 갈증이 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카페에 들러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픽업해 출근하는 일상이 현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남들에겐 지극히 평범한 이 루틴이 저에게는 여전히 간절한 미래의 풍경입니다. 휠체어 위 컵 홀더에 꽂힌 커피가 흔들림 없이 목적지까지 배달되는 그날, 커피는 저에게 ‘자유와 독립’의 상징으로 더 굳건히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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