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앞의 흑염소들

다들 안 믿겠지만 진짜임

by 스테파니

흑염소 이야기를 하면 안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처음 사회생활을 하던 시절에 회사 앞 (현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앞) 에는 흑염소들이 있었다. 디지털미디어시티 2번인가 3 번역에서 나오면 앞에 공터가 있었는데, 뭔가 공사장 가벽이 쳐져있는 가벽 안쪽에 흑염소들이 보였다. 흑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는데, 왜 그런 곳에서 흑염소를 키우고 있었을까... 궁금하지만 아마도 영원히 알지 못할 것 같다.


지금 한샘상암사옥은 예전 팬택사옥이었는데 (아 나의 첫 회사는 팬택이었다) 당시에는 서울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이 매우 휑했다. 지금이야, 서울 한복판에서 무언가를 사 먹거나 구매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가겠지만 그 당시에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역에서 회사 건물로 걸어가는 사이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 길목에서 스티로폼 상자에 김밥을 들고 나와서 판매하는 "모모김밥" 분식집 사장님이 있었는데, 우리 회사 사람들이 나를 포함해서 어마무시하게 많이 사 먹었던 기억이 있다. 단돈 천 원이기도 했지만 회사 빌딩에 들어가기 전에 유일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음식이기도 했기에 불티나게 팔렸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역과 회사 사이에 커피숍이나 편의점 따위 단 한 개도 없던 시절이다.


모모김밥 사장님 외에 또 돈을 쓸어 담았던 곳이 하나 더 있었는데 회사 뒤에 아주 작은 커피 테이크아웃 전문점이 있다. 한때는 4000명, 내가 입사했을 때는 2000명 정도 있었던 회사 앞에 커피 한잔 사 먹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회사 디자인팀 직원의 부모님이 그곳에 커피숍을 냈던 것이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고 전사원이 점심시간에 그곳에서 커피를 사서 마셨었다. 한 평정도 되는 아주 작은 테이크아웃 점이었는데, 정말 정말 정말 돈을 많이 버셨을 것이다. 부럽다.


오랜만에 예전 회사 근처를 갔었을 때는 정말 너무 충격적이었다.

우선 디지털미디어시티 역 안에 올리브영이 있었고..., 옛 회사 사옥 1층에는 무려 스타벅스가 있었다. 그리고 흑염소들이 살던 그곳은 주차장인 것 같았다.

그 땅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초역세권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는 흑염소가 살고, 지금은 주차장인걸 보면 빌딩이 올라갈 수 없는 어떤 슬픈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그 당시 흑염소들은 이제 이 세상 염소들이 아니겠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갔기를 바란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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