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는 딱 3일

전사가 다 같이 3일

by 스테파니

날씨가 좋을 때, 극성수기가 아닐 때, 친구나 가족과 시간이 맞을 때 휴가를 갈 수 있는 것은 복이다. 첫 회사는 역대급으로 휴가가 박했던 회사인데 (아마 이 브런치 글에서 내가 반복적으로 강조를 해서, 누군가가 꾸준히 읽어주셨다면 내가 얼마나 한이 맽혔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름휴가라는 개념이 있었다.


여름휴가는 개개인의 연차와는 별개로 전사가 동시에 휴가를 가는 개념이었고, 전통적으로 공장이 있는 회사들이 이런 식으로 휴가를 간다고 들었다. 공장이 돌아가는데 사무직 직원들이 쉬면 안돼서, 공장을 포함해서 모두가 함께 딱 한번 1년에 쉬는 개념이었다.

여름휴가는 늘 똑같이 8월 첫째 주 (8월 1일을 포함한)에 3일이었다. 보통 금 월화 이런 식이 었는데, 그 날짜들은 전국적으로 우리와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이 모두가 휴가를 가는 날이었다.

즉 극 성수기라는 뜻이고, 가장 비싸고, 가장 사람이 많으며, 동시에 일 년 중 가장 더운 시기였다.


주말을 포함해서 5일이란 시간은 너무 소중했지만 내가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가기엔 터무니없이 짧았다. 당시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나라는 미국이었으나, 여름휴가로는 갈 수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매년 여름휴가는 회사 동기(들)와 여행을 갔다.

동일한 시점에 휴가를 가야 하는, 비슷한 나이의, 비슷한 경제적인 조건의 사람들이라는 효율성이 있기도 했고 실제로 공채로 회사를 들어와서 동기들은 회사 동료라기보다는 친구라는 개념이 더 강했고, 지금도 그런 존재들이다.


첫 번째 여름휴가는 여자동기들과 네 명이서 홍콩에 놀러 갔었고, 어리바리한 우리는 당시 칼 맞을 것 같은 홍콩의 청킹맨션에 있는 호스텔을 예약하고 갔었다. 청킹맨션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몰랐던 우리는 도착해서 숙소로 올라가면서 거의 울 뻔했다. 어쩐지 가격이 충격적으로 저렴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같았으면 얼마를 냈든 간에 집어던지고 새로운 숙소를 잡았을 정도로 그 빌딩은 무시무시헀지만, 어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었다. 또한 8월 첫째 주는 한국도 불쾌지수가 하늘을 치솟게 덮은 계절인데 우리는 홍콩에 갔던 것이다. 홍콩 공항의 에어컨 바람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가는 순간 우리는 강력한 에어컨 바람이 아직 가시지 않았을 즘 "이 정도면 괜찮은데?"라고 말했다가 1초 후에 숨 막힐 것 같이 습하고 더운 공기가 우리를 덮쳐서 경악을 했던 기억이 난다. 8월의 홍콩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더웠다.


당시 여름휴가들은 다 그랬던 것 같다.

8월 첫째 주에 고작 5일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주변 국가들은 모두 더웠다.

8월의 오사카도 너무 더웠고, 계속 밖에서 걸어 다녀야 했던 기요미즈데라는 지옥과도 같았다. 8월의 오사카, 교토 여행은 너무 더웠다는 것 말고는 잘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한 4년 연속, 홍콩, 싱가포르, 오사카, 후쿠오카를 갔던 것 같다.

저 4번 연속의 여름휴가를 나랑 계속 같이 간 한 명의 동기 친구가 있었고, 잘 지내는지 연락 좀 해봐야겠다.


첫 회사를 떠나니, 일주일 이상 휴가를 낼 수도 있었고 여름이 아닐 때 휴가를 가는 것도 가능했다. 억눌렸던 심정에 나는 더더 정신병자처럼 계속해서 해외여행을 많이 많이 멀리멀리 다녔던 것 같다.


그렇게 10년을 넘게 아주 열심히 여행을 다니다 보니 이제는 그 서러움이 확실히 달레(?) 진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작년에는 개인적으로 여행을 4번을 가고 출장을 두 번 갔다 와서 (무려 유럽만 3번 감) 정말 신나게 비행기를 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여행을 가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ㅎㅎㅎ

나 같은 서러움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하고 이번 달에 혼자 유럽 여행을 떠나는 우리 팀 막내 친구가 매우 부럽다 ㅋㅋㅋ (읽고 계시나요!? ㅋㅋㅋ)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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