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화 할매 원조 닭 한마리
요즘 세상에는 맛있는 걸 먹으러 간다거나, 먹방을 한다거나, 누군가를 푸드 파이터로 부른다거나 하는 개념이 너무 흔하고 식상하다. 하지만 의외로 "맛집"을 찾아다닌 다는 개념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당연히 인류는 항상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녔지만 "맛집"이란 단어와 개념화를 말하는 것이다.
사회 초년생 시절 친구는 본인 회사에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는 것이 목적인 모임이 생겼다면서 그게 신기하다고 나에게 말했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엔 그럴 만도 했다. 나름 새로운 개념이었다.
늘 가난했던 나의 첫 회사에서는 먹는 걸로 풍요로웠던 기억이 별로 없다. 늘 회식비는 부족했고, 더 저렴한 식사를 찾아야만 했고, 돈이 없는데 억지로 회식하고 나중에 돈을 걷어야 했었다.
그래도 유일하게 팀 사람들이랑 먹으러 갔던 추억의 장소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동대문에 있는 진옥화 할매 원조 닭 한마리였다. 누가 먼저 이곳을 알려 주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 같이 닭 한마리에 대한 열정으로 회사 앞이 아닌 이곳으로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갔었다. 퇴사를 하고도 여기서 만났었다.
동대문 원단 시장을 지나, 좁고 오래된 뒷골목을 걸어 들어가서 먹어야 했던 닭 한마리는 예나 지금이나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인기 맛집이다.
살짝은 찌그러진 은색 냄비에 꽤나 심플한 구성으로 닭과 떡이 들어가서 끓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닭육수가 우려 나오면서 점점 더 맛있어진다. 기본으로 나오는 밀떡은 시간이 지날수록 맛있는 국물을 흡수해서 통통하게 불어 간다.
그 당시엔 그런 짓을 못했던 것 같으나 요즘엔 가면 떡과 파사리를 황제처럼 추가하곤 한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닭을 침을 삼키며 먼저 떡을 먹고, 그다음에 닭을 한 조각씩 가져가서 먹는데 정말... 너무 맛있다.
그때 같이 먹었던 그 멤버들이 갑자기 그립다.
닭 한마리라는 메뉴가 조금 더 대중화되면서 이제는 서울시 여기저기 팔고 있긴 하나, 여전히 진옥화 할매가 나에겐 가장 맛있는 곳이다.
그리고 역시나 지금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대기 없이 먹기는 힘들다.
달라진 점이라면 예전엔 아예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아주 높다. 몇 년 전에 옆자리 외국인 할머니들과 잠시 대화를 한 적이 있는데, 여행 책자에 떡하니 나와 있다며 보여 줬었다.
그 외에는 대기 시스템이 디지털화가 돼서, 나의 대기번호가 전광판에 뜨고, 멀끔한 별관도 생겼다.
아 조만간 닭 한마리를 먹으러 가야겠다. 동대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