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재는 섬세한 감각.....
고독의 한 가운데...
- 김 중 근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기 위해 불면과 맞서야했던 지난 밤을 생각한다. 숲속의 새들도 잠들고 지친 영혼까지도 편히 쉬고 있을 적막한 시간이다.
그런데 부랑자처럼 마음의 불안이 계속된다... 어쩌면 우리가 산다는 것은 풍랑 속에 표류하다, 무인도에서 구원을 기다리는 사람의 심정과 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가... 언제일지 모를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며 하루 하루 죽어가는 모습 때문에 나를 붙들고 지탱할 수 있는 의지마저 꺽인 것은 아닌가? 이렇게 불안에 떨면서 어느 한자락 마음을 두지 못하고 방황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외로움과 많이 다르다. 외로움은 마음속 방 하나에 불이 꺼진 채 남겨진 것과 같기에, 사람의 말소리, 웃음, 손길이 모두 멀어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찾아오는 고요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고요는 종종 깊은 사색의 문을 열어주기도 하지만 절망을 불러 오기도 한다. 외로움 속에서 인간은 자신이 얼마나 사랑을 갈망하는 존재인지, 아니면 얼마나 연약한 숨으로 살아가는지 깨닫게 된다. 그 깨달음이야말로, 다시금 세상 속으로 걸어나갈 힘이 되기도 한다. 때론 저녁 노을이 기울 무렵 창가에 앉아 스스로의 그림자를 바라보면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누구의 발자국도 닿지 않은 길 위에, 바람만이 조용히 지나가며 남긴 흔적 속에서 나를 찾는 일은 중요하다. 그때의 고독과 외로움은 결코 비극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재는 섬세한 감각이며, 사라진 온기를 그리워하는 인간만의 특권이다.
그러나 우리는 마음도 지쳐있고 누군가에게 기대어 의탁하고 싶지만 내 쉴 곳을 잃고 고독 속에 영혼마저 잃어버린 삶을 산다. 왠지 모를 불안함과 초조함... 누가 다그치며 쫓아온 외로움도 아닌데 늘 혼자라는 생각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운명 앞에 다가올 어둠의 그림자가 무인도에 홀로 내쳐진 기분이다. 우리 생활을 언제까지 시련과 고통 속에 가두게 할 것인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는 삶을 포기 할 수 없다. 실날같은 희망이라도 악착같이 붙잡고 살아야 한다. 현대인의 특징은 고독한 데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초조함과 불안감보다는 용기를 갖고 헤쳐나가야 되겠다는 신념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마음의 적막을 흔들고 가는 고독을 영원토록 간직하며 살 것인지, 아니면 내인생의 황혼을 생각하며 신념에찬 믿음대로 굳굳이 살것인지....이 모두 우리 마음에 있다. 불안한 마음은 초조함을 불러 일으키고 대인적인 관계까지 영향을 준다. 항상 무엇인가에 쫒기는 기분으로 사는 삶이야말로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스럽지않다. 지나친 욕심은 우리를 불안과 초조함으로 내몰게 되므로 마음을 유연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불안과 초조 한가운데 서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해야한다. 확신은 된다는 믿음에서 나온다. 혼란 속에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나 자신을 회복하고 확립하는 일밖에 없다.
그리고 현대인의 고독은 쓸쓸함과 외로움 가운데 서있다. 쓸쓸함이란, 저녁 노을이 기울 무렵 창가에 앉아 스스로의 그림자를 홀로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이다. 누구의 발자국도 닿지 않은 길 위에, 바람만이 조용히 지나가며 남긴 흔적 속에서 우리는 문득 자신과 마주한다. 그 때의 쓸쓸함은 결코 비극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재는 섬세한 감각이며, 사라진 온기를 그리워하는 인간만의 특권이다. 고독의 한가운데 서있을수록 우리는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믿음과 확신이 필요하다. 나를 붙들어 맬 수 있는 의지와 신념 하나로 버틸 수 만 있다면 그 어떤 난관과 고독으로부터 불안과 초조함을 떨쳐 낼 수 있다. 그러므로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충만이다. 바깥의 소음을 닫고, 오직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이는 순간, 고독은 나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통로가 되고, 비로소 나를 깊이 사랑하는 길이 된다. 시인은 그 고독 속에서 언어를 건지고, 철학자는 그 고독 속에서 진리를 찾는다. 고독은 우리를 텅 빈 우물 속으로 밀어넣는 듯하지만, 그 바닥에서 비로소 별빛이 반사되어 돌아온다.
롱펠로우에 의하면 슬픈 사연으로 내게 말하지 말라 했다. 인생은 한낱 허황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쓸쓸함은 바람이고, 외로움은 그림자이며, 고독은 빛이다. 세 가지는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우리의 마음을 찾아오지만, 결국 모두가 한 길로 향한다. 그 길 끝에서 우리는 자신이라는 작은 우주를 만나고, 그 속에서 다시 세상을 끌어안게 된다. 조용히 눈을 감으면, 쓸쓸함은 노래가 되고, 외로움은 시가 되며, 고독은 삶의 깊이가 된다.
잠자는 영혼은 죽음이라 했지만 우리가 가야할 곳은 고독도 슬픔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내일의 하루 하루가 오늘보다 낮도록 삶을 살아야함이 타당하다.
2025년 9월 29일 고독이 넘치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