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을 보내며..

떠나는 것과 맞이하는 것이 한순간에 만나는...

by 김중근

9월을 보내며..



- 김 중 근


9월의 마지막 날이다. 온통 잿빛 하늘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아쉬움을 회색 빛으로 휩싸 안은채 소리없이 또 하루가 간다. 9월의 끝자락에서 바람이 서늘하고, 마음은 유리창에 맺힌 서리처럼 하얗게 흐려진다. 돌아보면, 저마다의 계절 속에서 흩날리던 웃음과 눈물들이 낙엽처럼 남아 있다. 마음은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나아갔지만, 마음 한켠엔 여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시간이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저무는 9월을 지나며 끝없는 길을 덧없이 가는 나그네처럼, 무언가 까닭모를 시름에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가울의 길목에서 나는 묻는다. 올 한 해, 나는 얼마나 사랑했고, 얼마나 용서하며 살았는가. 얼마나 웃었고, 또 얼마나 울었는가. 묵직한 질문들이 가슴을 스치고, 대답 대신 한숨 같은 미소가 입가에 맺힌다..


해야할 일들을 못한채 또 9월을 보내는 아쉬음...이것이 바로 우리가 까닭없이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는 이유다. 돌이킬 수 없지만 무엇인가 잃어버린 듯 아쉬움 속에 후회하며 또 10월을 맞이한다.. 9월을 보내면서 금년의 3/4의 인생이 허무하고도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낙엽같이 휘날리며 거리를 헤메는 사람이 있을 것이며, 종료나무 그늘에서 낙엽지듯 외로이 죽어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삶은 허무한 것이라고 냄새나는 골방 지하실에서 독주를 쏟아 붇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인생은 즐거운 것이라고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은 욕망이나 마음껏 채워 보자고 주지육림 속에 허덕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슴에 늘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간이 있다고 해서, 휑하니 텅 빈 큰 공간이 있다고 그것을 일부러 혹사하거나 더 아프게 헤집어서는 안된다.


시간 속에 묻어 하루가 허상하고도 빠르게 지난다. 하루 하루가 헤아릴 수 없는 위대한 힘 앞에 조금씩 침식되어 가고 소멸되어가는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인가 꼭 찾아야 될 것만 같은 마음, 무엇인가 꼭 해야 될 것 같은 마음, 끝없는 하늘을 바라보다 지쳐버린 망부처럼 어둠을 향해 무엇인가 소리쳐 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다. 지금 당장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망설임 없이 붙들고 의지 할 수 있는 신념이 필요한 시기다. 그리워한 사람도, 자존심을 동강낸 사람도, 철저히 미워하던 사람도....하던일 그대로 모두 남겨둔채 10월을 맞게된다. 그래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아쉬움이 남는다. 창밖으로 흩날리는 입새는 마치 지나간 날들의 편지 같다. 읽지 못한 마음, 전하지 못한 말, 미처 피어나지 못한 꿈들이 낙엽으로 내려앉는다. 그러나 조용히 내린 이파리는, 결국 가을을 성숙시키는 음률이 된다. 가을을 재촉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단풍은 산마다 오색빛 잔치를 준비하는 소리로 요란하게된다. 새 잔치의 문을 두드린다. 그것은 무엇이라도 좋다. 가을 잔치를 위하여 이제는 놓아야 한다. 지나간 날들을 나무가 이파리 털어 내듯이, 단풍이 오는 가을에 미련과 후회를 가지에서 털어 내야 한다. 아직 덜 익은 슬픔까지도...그렇게 보내야만 새로운 가지에서 새싹이 나고 , 그 빈 자리 위에 가을의 설레임이 고요히 내려앉게 되기때문이다. 떠나는 것과 맞이하는 것이 한순간에 만나는 이 밤, 나는 조용히 속삭인다.


별빛이 유난히 또렷한 지난 밤, 이별과 시작은 어깨를 맞대고 앉아, 서로의 등을 다독인다. 그 품 안에서, 살아낼 용기를 얻는다. 나는 올 10월을 좀 더 높고 맑은 하늘과 단풍 나무들이 오색찬란한 가을 색을 위해서, 땅속 깊이로 부터 진한 수액을 빨아 올릴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 아쉬움이 남지 않는 10월이 되지않도록 마음 가는 대로, 내 멋대로 살겠다.


오늘밤, 잠들지 못하고 한숨지며 고통을 느낀다면 가을의 침묵 속에 아쉬움 남기지말고 10월을 맞이하자! 우리를 힘들게 했던 지난 계절이여. 고맙다, 나를 단단하게 만든 시간들아. 단풍의 10월 어서 오너라. 나는 소중한 사람들과 너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



2025년 9월 30일 마지막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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