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관

현관은 그 집의 얼굴

by 김중근

현 관


- 김 중 근

현관은 그 집의 얼굴이라고들 한다. 현관은 외부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첫 번째 공간이기 때문에, 그 집의 분위기와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집은 현관을 들어설 때 그 집안의 향기가 감미로운 집이 있고, 다른 어떤 집은 시베리아 벌판같이 시린 바람이 꽉 찬 느낌으로 다가오는 집이 있다. 현관은 밝고 환해야 한다.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설 때 하루종일 그 집에서 서성이며 배어나오는 향기가 있기때문이다. 어두운 현관은 집안이 좁아보이고 불안감을 준다. 방문객에게 불쾌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밝고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늘 그러했듯이 사람과 일에 시달리다 심신이 늘어질 때가 있다. 매우 힘들게 생활하다 집에 들어올 땐 누구나 무지개 빛 물방울처럼 반짝이는 웃음으로 맞이할 곳을 기대한다. 눈이 내리면 그 광경의 침묵에 젖어 애틋함과 사색에 젖어 있을 수 있는 곳을 기대한다. 세상 어려움들이 나를 향해 돌진해 오더라도 따뜻한 숨결이 배어있는 곳을 찾게된다. 설령 모든 사람들이 나를 향해 비난할지언정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 잔의 차가 그리우면 그 향기로움으로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곳이 그리운 법이다. 몸이 괴로워서 아플 때,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머리를 시원히 식힐 수 있는 그런 곳을 찾게 마련이다. 그런 집의 현관은 꽃 빛이 곱게 난다. 눈이 부셔서 그 아름다움에 취하게 된다.


사랑의 팔로 이웃을 보듬어 안는 곳의 현관에서 새어나오는 웃음은 끊길 날이 없다. 기쁠 때나 슬플 때마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쁨을 배로 나누고 슬픔을 둘로 나누어 갖는 그런 집이 있다. 드라마의 감동으로 눈물이 날 땐 그 순수함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곳이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편안히 잠들 수 있고 행복함이 창가로 스며드는 현관을 가지고 잇는 집이 그러하다. 아침이면 해맑은 햇살이 집안 깊숙히 들어온다. 향기로운 미소가 가득해서 현관 문을 열면 웃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그런 현관을 가진 집에선 저녁이면 작은 찻잔에 행복을 담아 오손도손 둘러앉아 담소가 끊김이 없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모두 참이슬과 같은 맑은 미소로 동구 밖에서 부터 반겨주고 배웅하는 그 목소리가 끊임없게 된다. 인간미가 늘 그 현관에서 더없이 은은한 라일락 향처럼 그윽하게 풍겨 나오기 때문이다. 비록 집안의 가구와 장식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낡아 허름하지만, 그런 집은 행복이 넘치는 홈 스위트 홈이 된다.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면서 끝을 볼 때까지 앙칼진 목소리로 흩어진 온 바람이 지배하는 현관이 있다. 이해하고 감싸주고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기 보다 위선과 적대심으로 가득차서 가슴에 멍을 매달고 사는 곳이 엿보이는 현관이다. 때론 나를 지켜주기보다 음흉한 짐승의 울부짖는 음성처럼 울부짓는 소리가 그 곳에서 늘 끊임없이 흘러 나오게 된다. 울고 싶다고 울 수 없는 집이다. 신경을 찌르는 괘종 시계 새벽종 칠 때까지 앉아 독한 소주를 마실 수 밖에 없는 집이 된다. 따듯한 가슴을 홀연히 떠내 보내고 무겁게 침몰해 가는 어둠의 정적이 흐르게 된다. 라일락 향기를 마음에 담아 희망을 일구는 행복 대신 고통과 원망스러운 삶 가운데 세월의 넋을 잃고 한숨과 시름하는 곳이 된다. 현관 문을 열기 조차 싫어지게 된다. 사랑과 착한 마음씨만으로 한 세상을 채우기도 힘들다. 그렇지만 쓰레기 하치장 같은 더러운 마음으로 온 종일 투덜대며 보내는 시간이 된다. 지옥이 된다. 무지개 빛 아름다운 표정 대신 못다 푼 한의 한 모퉁이가 그늘진 곳이 된다. 카나리아같이 맑은 목소리 대신 현관 안에 비수가 꽂혀있고 목 속에 야수의 울음소리로 가득해진다. 오로지 자기의 영욕과 부귀영화만은 영원할 것을 믿는 곳의 그 곳에서 몰인정만 흘러나오기 마련이다. 남이야 죽던 말던 우선 나 먼저 챙기는 곳은 언젠가는 모든 것들이 다 사라진다. 집안의 가구와 장식이 아무리 화려하고 호사스럽지만 그러한 곳들은 인간미없는 건조한 삶만 가득할 뿐이다. 무정(無情)함이 현관에서 흘러나와 홈 드라이 홈(Home Dry Home)이 되는 집이다.

오늘은 미세 먼지 자욱한 겨울에 봄이 벌써 다가온 기분이다. 온통 대지는 차다. 이렇게 냉하고 차거운 날에 과연 내가 살고 있는 집의 현관은 어떤 향으로 손님을 맞을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현관은 그 집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공간이다. 따라서, 현관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밝고 환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 집에서 서성이며 배어나오는 향기가 방문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집 주인의 내면이 은은한 향으로 뿜어 낼 수 있도록 집안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좋다. 따라서 현관 문을 열면 웃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올 수 있는 마음을 키우고 심자!

- 2025년 1월 21일

집의 현관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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