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향기
목 련
- 김 중 근
이틀 동안 내린 가랑비 그치고나니 싱싱한 봄의 생기가 날개를 달고, 목련 나무 가지마다 솜사탕이 가득하다. 은은한 향을 내는 목련 꽃이 우리를 맞이한다. 꽃눈이 붓을 닮았다고 해서 목필, 꽃봉오리가 피어나려고 할 때에 그 끝이 대체로 북쪽을 향한다고 해서 북향화 등으로도 명명된다. 또한 목련은 나무에 핀 연꽃과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울 길을 재촉하다가 물이 오른 연녹색 빛 산등성이와 파란빛 하늘이 맞닿은 산 아래, 파랑색 양철 지붕 위로 피어오른 하얀 목련 꽃이 시선을 끈다. 하얀 꽃을 연 목련에 이끌려 산새가 훨훨 날아오르던 산에 시선를 뺏긴다. 넋을 잃고 바라본다. 이산 저산의 나뭇가지마다 새싹을 품은 봄이 무르익어가고 하얀 목련이 활짝 기지개를 펴 싱그러운 햇볕과 속삭인다. 숲 속으로 구불구불 올라 뻗은 산 속의 오솔길 주위에는 군데군데 노랗게 웃음짓는 개나리와 분홍색 진달래가 눈짓을 주고 받는다. 온통 하늘은 맑고 산은 햇살로 물결치는 바람 속이다. 목련꽃 하얗게 피어서 하늘의 화사한 햇빛과 숲속의 상큼한 바람이 어울려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꽃들은 햇님과 눈 싸움 중이다.
창을 열면 소리없이 내린 눈같이 가지마다 하얀 솜사탕이 가득하다. 은갈색 가지 위에 하얀 빛으로 채색한 목련은 마치 솜사탕 같다. 기품을 지닌 목련의 자태가 봄의 따뜻한 햇살 속에녹아 솜사탕처럼 촉촉하고 부드럽게 보인다. 감미로운 솜사탕은 우리의 삶 속에서 작은 행복을 주는 존재같이, 목련은 사람들에게 서로를 따뜻하게 엮어주고 달콤한 감정을 묶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준다. 우리 마음을 유혹하는 목련은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봄날의 아름다운 선물이 된다. 솜사탕이 단 맛으로 우리 혀끝을 달콤하게 달구어주듯 목련도 우리 눈과 마음을 녹여준다. 그 우아한 모습은 마치 달콤한 꿈을 꾸는 듯하고 가슴 한켠을 따뜻하게 채워준다. 봄 햇살과 어울어진 실 바람에 스윽 흩날리는 목련의 향기로 인해 우리는 마치 어린 시절 솜사탕을 먹던 것처럼 온기와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목련이 우리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어린 시절 솜사탕 먹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행복한 미소를 띠게 해준다. 그래서 목련 아래서 피어나는 사랑은 달콤한 솜사탕과 같아서 서로의 마음을 달콤하게 채우지 않을까 모른다...
그러나 목련은 꽃송이가 꽤 크고 그 모양이 아름다워서 우아하다. 그윽한 자태가 수려한 기품을 지녔다. 솜사탕같이 성질이 급해서 다른 꽃이 피기 전, 어느 순간에 꽃이 다 떨어진다. 솜사탕 또한 그 색깔과 맛이 오묘하고 화려하지만 입속에 들어가는 순간, 사르르 녹는다. 성질 급한 목련의 성과 닮아있다. 그렇지만 목련은 낮엔 솜사탕같이 아름다운 색과 꿈을 키운다, 저녁엔 달빛 품은 여인의 숨소리같이 은은한 향기를 창 앞에 뿌려놓는다. 전설에 의하면 옥황상제의 딸이 북쪽의 왕을 연모하던 중 옥황상제께서 그 낌새를 알고 공주를 정략 결혼 시키려하자 공주는 사랑하는 북쪽의 왕을 찾아 가출하게 된다. 공주가 모진 시간을 걸려 사랑하는 이에게 다가갔을 땐, 이미 북 쪽의 왕은 결혼후 병사하여 만날 수 가 없었다. 결국 공주는 상사병으로 죽게되고 공주가 죽은 그 자리엔 자목련이 피었고 왕이 죽은 자리엔 백목련이 피게 된다. 그래서 목련은 이별의 꽃이고 은둔, 장엄 숭고한 의미를 지닌 꽃으로 상징 된다. 가슴에 한없이 잇닿은 긴 기다림으로 말없이 피어서 한이 맺힌 애닯은 꽃이다. 꽃 망울이 솜사탕 같지만 강한 열기를 견딜 수 없는 여린 꽃인 탓에 사람들이 목련을 오래도록 두고 볼 수 없다. 그러기에 슬프고 애잔하다. 날마다 사랑했던 연인을 지켜보듯 그 모습이 애절하기 때문이다. 수려하고 기품있는 모습이지만 나약하고 가여리다. 나는 모든 것에 초월할 수 있는 그 기품에 매료되서 목련 꽃의 자태에 눈을 떼지 못한다.
산 너머로 치달은 설움을 피워 달아낸 하얀 꽃망울을 목련은 가지에서 떨구어낸다. 지난 비에가랑가랑 달려있는 목련 꽃은 매달리고 떨어짐을 미련없이 포기한다, 아직도 나지막한 구름자리가 남아있어 솜사탕같이 고운 꿈을 간직했건만, 하얀 목련은 날린다.. 이 시간에도 종횡무진 뻗어난 나뭇가지로 부터 목련은 꿈같이 달콤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어지럽게 떨어진다.
마을 초입의 양철 지붕옆 목련 위로... 산골 물같이 깨끗한 봄의 향기가 흐른다.
- 2024년 4월 4일(목) 목련 꽃 지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