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벅찰 박동의 시계....
망 년 회
- 김 중 근
일주일, 한 달 두달 지나더니 새해가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여기저기에서 벌써 망년회 통지가 날라온다. 동료들이 집 근처에 와서 망년회를 갖자는 졸속적인 제안에 예기치않은 술 좌석을 가졌지만 망년회라는 것이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또 망년회의 본래 취지가 어떠한 것인지 아직 잘 모른다.
미카엘 엔데의 모모에 표현된 내용에 의하면 회색 빛의 시간 도둑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부지런히 일하게 해서 남는 시간을 훔쳐가는 내용이 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전보다 훨씬 더 바쁘고 피곤하게 살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다. 분명히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진 것 만큼 모든 것이 즐겁고 여유스러워져야 하는데도 마음은 늘 무엇인가에 쫒기고 눌려서 변변히 본인이나 가족들을 위해서 시간을 내지 못한다. 노는 것, 일, 공부 이 밖에 많은 것도 벼락치기에 익숙한 우리는 미친 듯이 시간을 쓴다. 심지어 폭탄주에 위가 녹아 타들어갈지언정 빠른 시간에 취하기 위하여 부어라 마셔라 한다. 양치질하면서 옷을 입고 TV를 보면서 신문이나 잡지를 동시에 봐야하는 우리의 세태다. 남보다 뒤처지지않으려 일인삼역(一人三役)을 해도 힘에 부친다. 무엇을 하거나 주위의 여러 가지 자극과 스트레스로 인하여 느긋하게 즐길 수 없는 현대인이다. 정말로 누가 내 시간을 훔쳐가는 느낌으로 산다.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였지만 항상 쫒기는 기분으로 살아야만하는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나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인생은 남이 나를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나를 위해서 한번쯤은 돌아보며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누구를 위히여 살아야하는지? 인생의 진정한 의미가 뭐고 행복이 뭔지 가끔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세월 앞에 자기의 나이를 잊고 싶은 노인들처럼 또는 젊은이처럼 혈기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하고 싶은 인간(人間) 본연의 정(情)도 좋다. 하루 정도는 일상 생활로 부터 탈출하여 마음껏 떠들고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로 돌아가 과거로의 복귀도 좋다. 누구나 두 세 가지 정도의 좋은 일과 나쁜 일은 있기 마련이다. 경쾌한 멜로디로 가슴이 두근두근 벅차오르기를 기대하는 것도 좋다. 10여일 후면 12월31일! 지구촌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자정을 향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다. 가슴벅찰 박동의 시계가 뚜벅뚜벅 앞으로 다가올 것이다. 누구나 좀더 나은 내일과 삶을 위하여 뒤돌아보며 반성하거나 새로운 마음 가짐을 갖게 된다. 새희망으로 기도하거나 명상에 잠길 것이다. 한편 나와 관계되었던 이웃들과 만나면서 자선을 베풀거나 이웃을 위해서 변변히 도움을 주거나 애쓴 일이 없지만, 비로서 이런 날 하루라도 서로 정신적인 나눔과 위안을 받게된다. 또한 그동안 외면하였거나 소외하였던 이웃들과 만나면서 참회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최소한의 자기면죄부를 위한 양심의 소리로 기도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할 것이다. 퀘퀘묵었던 오해와 불신도 만나면서 풀고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마음으로 새로운 정을 되새기게 되는 자리가 된다.
그렇기때문에 그런 고통과 괴로움을 못이겨서 망년회를 통하여 목청 돋구어 떠들고 마시게 된다. 잊고 또 새로운 미래를 위하여 내년을 기약하는 것이다. 망년회라는 것은 지나간 날들을 모두 잊어버리라는 날이 아니다. 그 이름만으로 아쉬움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자리에서 그동안의 추억을 되새기며, 아쉬움을 달래고 그리움을 담은 작별을 의미(意味)하는 날이다. 단순히 나이 든 사람들이 나이를 잊어버린다는 뜻이나 과거의 추억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사업이나 직무(職務)를 향해서 또는 가족의 행운(幸運)과 안녕(安寧)을 위해서 일의전심(一意專心)하여 전진하고자 하는 단합의 자리다. 우리에게 희망과 기대를 안겨주는 시간이다. 함께한 추억들을 가슴에 품고,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시간이다. 도도히 흐르는 새로운 시간과 맞싸우기 위한 전략이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삶의 재충전이라 말하고 싶다.
저무는 2023년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고달프며 고통스러운 한 해였으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한 한 해였다. 그러나 우리는 비록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갑진년 새해는 행복을 위하여 무엇을 소망할 것인지 우리 가족들과 나를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계획하고 미래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 지를 그려본다. 모쪼록 행복하고 우리의 모든 가족들에게 많은 은총과 평화로운 2024년을 맞길 정중히 기원한다.
- 2023년 12월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