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망성쇠(興亡盛衰)

by 김중근

흥망성쇠(興亡盛衰)

삶의 여로


- 김 중 근


진달래 개나리, 벚꽃 지천(地天)에 피어오른 봄날, 무심히 밖을 내다보면 세상사(世上事)의 흥망성쇠(興亡盛衰)가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푸르름을 안고 핀 꽃일지라도 계절에 몸 맡기고 세월 보냈던 삶의 여정(旅程)이 흥미(興味)롭다. 아름다움을 발라놓아 핀 꽃은 한 생(生)을 화려하게 장식할 때까지 수없이 반복되는 계절과의 만남, 그리고 그로 인해 격는 행복(幸福)과 고통들로 겨울을 이겨낸다. 한철 흐드러지게 피어서 눈길을 주고 가지만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면 온 가지에 처절한 절규만 쏟아놓고 가는 초라한 삶이 있을 뿐이다. 천둥 번개에 놀라 가지가 부러지고 때론 썩어서 그 썩은 곳을 베어버려야만 살 수 있을 때도 있다. 사그러지는 짚불같은 햇살에 빙토를 녹이며 나무 위에 얹혀져 있는 북풍한설(北風寒雪)을 은은한 빛으로 녹여서 쫒았던 때도 있다. 빨갛고 노랗고 흰꽃을 피우기 위하여 쓸쓸한 고통과 절규로 나무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황량한 벌판 달빛의 한 가운데에서 언제나 처절한 고독이 자리한다. 벌써 까맣게 숯이 될뻔했던 가뭄에 질척질척 비 오는 소리만으로도 안도의 숨을 쉬어서 비,구름 한번 스쳐지나기만하면 행복하던 때도 있다. 이렇게 산전수전(山戰水戰) 모두 겪은 봄날의 형언못할 색색가지 꽃들은 이슬맞은 햇살에 얼굴을 내밀고 해맑은 웃음으로 활짝 피어난다. 그동안 냉동고같이 빙토(氷土)에 채워졌던 설움도, 고통도 봄 햇살에 녹아 인간 모두에게 행복한 웃음을 선물한다.


햇빛이 종일 쏟아 놓고 가는 길섶에 푸르름이 내려와서 무겁고 힘에 겨운 짐진 자들의 초라한 삶의 여정에도 파르르 떨리는 마음으로 희망을 갖게한다. 한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인고(忍苦)의 세월을 넘었던 푸르름은 살랑 살랑 불어다 주는 봄바람에 춤을 추고 있지만 흥망성쇠, 삶의 여로를 반복하면서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맑은 휴식을 갖게한다.


슬픔을 떨치고 지는 나뭇잎 지천(地天)으로 피어낸 푸르름이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있었듯이 우리 인간사(人間事)도 마찬가지다. 비록 우리 현실이 정말 절망으로 끝날지 몰라도 지금의 우리 삶이 언젠가 윤택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살아야되겠다. 내 깊은 곳 한 켠에서 어지로운 소리가 나도, 포근한 미소 잃지 않는 봄의 기운이 나에게도 필연듯 찾아오리라는 믿음을 가져야 되겠다.



2023년 4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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