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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Apr 16. 2024

여행자의 행복_바다를 품다

하와이 여행기 4

하와이 오아후섬에는 트롤리라는 관광버스가 있다. 런던시티투어버스나 서울시티투어버스를 연상하면 된다. 뚜벅이 여행객들 뿐만 아니라 누구나 잠시 트롤리를 타고 섬을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는 꽤 괜찮은 버스다. 

세 가지 노선으로 운행하는데, 다운타운을 둘러볼 수 있는 레드라인, 해안선을 따라 운행하는 블루라인, 그리고 다이아몬드 헤드 쪽을 중심으로 레드라인과 블루라인의 중간지점되는 곳을 도는 그린라인이 있다. 


오아후섬 동부해안을 보고 싶은 마음에 떠나기 전날 아침부터 서둘러 블루라인에 올랐다. 소요시간 1시간 50분,  $31.50를 내고 원하는 지점에서 내렸다가 다음 트롤리 정거장에서 타도 되지만, 중간에 타고 내리는 손님은 없었다. 다들 한마음으로 바다를 보러 트롤리를 탔다.







9시에 출발하는 트롤리는 승객들로 가득 차서 몇몇은 서서 가야 했다. 한국인은 나를 포함해 신혼부부와 4인 가족이 전부였다. 90퍼센트가 백인 노인이었다. 백발의 노인이 되어 단체관광으로 하와이를 찾았는지 가슴팍에 스티커 같은 것을 다들 붙이고 있었다. 자식들 다 키워놓고 노인이 되어서야 떠나온 여행인데 이제는 몸이 따르지 않는 것을 보니 보는 내 마음이 짠했다. 


블로그에서 본 대로 운전석 반대쪽에 자리를 잡고 낯선 사람들 속에서 편안함과 동시에 해방감을 느꼈다. 

바람 때문에 언제라도 날아갈 듯한 모자를 한 손으로 잡고, 때로는 그마저도 벗어버리며 바람과 하나가 되고 싶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바람덕에 찾아오는 무상무념의 순간들을 즐기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 시간만큼은 하늘과 구름, 그리고 바다가 세상의 전부였다. 바다색은 그저 파랗다고 말하기에는 작가에게 미안할 정도로 유화나 파스텔로 색칠한 듯한 황홀한 색감을 펼쳐 보였다. 봐도 봐도 닳지 않기에, 누구나 마음속에 원하는 만큼 가득 담을 수 있기에, 카메라를 연신 들이대며 찍고 또 찍었다. 트롤리는 미정차로 대부분의 정거장을 통과했지만, 할로나 블로우홀 전망대에서만큼은 10분간의 포토타임이 주어졌다. 언제 다시 찾을지 모를 이곳에서 홀로 행복했다. 트롤리를 타고 오길 참 잘했다. 


시인은 아니지만, 시라도 읊어야 했다. 바다에게 감사하고 싶어서. 





 언제 봐도 좋은 

 너의 이름은

 바다. 

 답답함을 가져가줘서 고마워

 시원함을 채워줘서 고마워

 채우고 비우는 너처럼

 넓고 깊게 닮아갈게

 나도 너처럼 푸르게 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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