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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Apr 17. 2024

여행자의 특권_먹거리 탐험 2

하와이 여행기 5

두 번째 하와이 여행을 준비하며 이번에는 이웃섬에 가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화산국립공원과 커피농장이 나를 유혹했다. 가야 한다고. 숙소 비용만큼이나 비싼 빅아일랜드 1일 투어를 고민 끝에 기대하며 예약했다. 세계 3대 커피 중의 하나인, 미국 유일의 커피 산지인 하와이에서 생산되는 고급 커피 생산지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떠나기 전부터 들떴다. 예전에는 커피 맛을 구분하지 못했으나 이제는 쫌 안다는 생각에 직접 농장도 보고, 맛도 보고 싶었다.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차량을 타고 고지대로 올라 올라갔다. 코나 지역에 커피벨트라고 부르는 고도와 지형에서만 귀하디 귀한 코나커피가 자란다는 설명과 함께 등급과 함량에 따라 코나 커피 가격이 다르다는 말도 덧붙였다.


"저희가 방문하는 곳은 일명 뷰맛집입니다. 커피농장 자체 투어가 있어서 우리처럼 관광객이 방문하는 것에는 크게 신경을 안 쓰니 편하신 대로 살펴보시고 커피 한잔씩 드셔보세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코나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절대로 사주지 마십시오. 처음 가이드로 와서 아내 주려고 비싼 100% 코나 커피를 사서 집에 가져갔지만, 저도 아내도 신맛이 맞지 않아 안 먹습니다."


한참을 올라올라 하늘과 맞닿은 듯한 굉장한 뷰를 자랑하는 곳에 위치한 커피 농장 켬 카페에 도착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희미해져 하늘에 뜬 느낌이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나지막이 줄 맞춰 자라는 커피나무들의 행렬이 익숙한 과수원의 풍경이었다. "세계 최초로 커피를 와인용 포도처럼 격자 구조물을 사용해 재배했다. 이를 통해 커피콩의 단맛을 이끌어낸다. "(뉴시스 기사 인용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408_0002691601&cID=11209&pID=13000)




품질 등급은 최고등급인 extra fancy, fancy, #1, prime 순으로 4단계로 구분한다. 열대성 기후에 적당한 강수량과 화산토양 덕분에 커피 재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100퍼센트 코나 커피맛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걸까? 커피 고수의 길은 당연히, 멀고도 멀었구나라고 느꼈다. 부드러운 신맛과 향미가 특징이라고 했으나, 예가체프의 신맛에 너무 익숙해서인지 별로 신맛이 안 느껴졌다. 생두 구경을 끝내고 가이드가 권해준 대로 커피 두 잔을 시켜 투어에 함께한 가족과 나눠마셨다. 혼자서 두 잔 마시기에 부담스러워 인사겸 나눠 마셨으나 상대방은 커피에 관심이 없는 듯 시큰둥해서 약간 아쉬웠다. 그럼에도 천상의 카페서 100프로 코나커피를 마셔본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코나 커피는 천천히 친해지기로 했다. 





말라사다 도넛


포르투갈 이민자가 전파한 도넛이다. 오아후섬에도 레오날즈란 유명 베이커리가 있다고 들었지만 차도 없는 뚜벅이라 도넛이 별거 있나 싶어 시식을 포기했다. 빅아일랜드 투어에서 먹게 될 줄은 몰랐다. 빅아일랜드의 서쪽 코나와 동쪽 힐로 중간에 위치한 푸날루우 베이크 샵에서 말라사다 구경을 했다. 저녁 늦게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겸 미리 사두라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가게에 들어갔다. 


시골풍의 던킨도너츠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종류가 너무 많길래 역시나 점원에게 베스트셀러를 물어봤다. 기본 스타일인 설탕만 묻힌 도넛 하나와 타로 도넛을 사서 한 입 먹었다. 그냥 전통시장에서 사 먹던 설탕 뿌린 도넛이었다. 필링이 들어간 도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시도조차 안 한 게 약간 후회스럽긴 했지만, 이 또한 과대선전된 명물이 아닐까 싶었다. 이 동네에 간식거리가 이 집뿐이라 더욱 유명세를 탄다는 가이드의 말이 일리가 있어 보였다. 도넛이다. 그냥... 순박한 도넛... 




코나커피 베이커리의 퀸아망


맛집 찾아 삼만리를 해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내가 하와이에서 처음으로 카페 오픈런을 했다. 출국하는 날 아침 기념으로 유명하다는 코나커피 베이커리에 들렀다. 7시 오픈이고 7시 넘어가면 30분 이상 대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정확히 6시 45분에 도착했다. 이곳 관광객들은 참 부지런하다는 것을 떠나는 날에야 알게 되었다. 이미 내 앞에 15명이 대기 중이었고, 내 뒤로도 계속 사람들이 줄을 섰다. 얼마나 이곳의 베이커리가 대단한지, 떠나기 전에 맛보겠다는, 평상시 안 하던 짓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왔더니 과연 놀라웠다. 


코나커피베이커리에 줄 선 사람들


퀸아망 


딱 봐도 달아 보였다. 다디단 밤양갱보다 더 달달한 버터와 설탕의 황금비율로 만들어진 빵이었음에도 이때가 아니면 언제 먹을까 싶어서 흑임자 퀸아망과 플랫화이트를 주문했다. 크로와상보다 훨씬 바삭하고 달아 먹어본 베이커리 중 단맛과 바삭함에서 최고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단한 먹거리 탐험은 아니었다. 대신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커피와 베이커리가 어우러져 여행지에서의 색다른 체험으로 눈과 입이 행복했다. 이 또한 여행의 맛이겠지. 달콤한 여행이 더 달콤해질 수 있게 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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