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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Jul 20. 2024

사인의 추억을 더하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82

고백하건대 연예인 사인도 생전 받아본 적 없다.

누굴 열렬히 좋아하지 않았다. 재미없게 산다는 얘길 듣곤 했지만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라 여겼기 때문에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스타들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상상 속 인물 같았다. 유일하게나마, 책은 좋아해서 글을 쓰는 작가에게만은 그들의 놀라운 창조력에 늘 존경심을 품고 살았다.


오래간만에 느낀 설렘이었다. 온라인에서 맺은 인연을 직접 만난 경험이 많지 않아서 근슬쩍 떨렸다. 브런치 글쓰기를 통해 인연이 닿은 출간 작가님과의 진짜 브런치 타임을 가졌다. 글에서 받은 느낌이 실제 만남에서도 그대로 가감 없이 전해지는 분이셨다. 열심히 살아왔고 여전히 열심히, 후회 없이 살고 있다는 말씀처럼 살아 숨 쉬는 기운으로 가득 찬 분이셨다. 처음 우리를 가깝게 했던 "암"경험담을 시작으로 기분 좋은  2시간가량의 만남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비슷한 아픔이 있어 좀 더 편안하게 서로의 마음에 발자국을 남길 수 있었다. 헤어지기 전 친필사인을 해오신 책을 건네셨다.  





미리 준비해 간 소소한 선물로 가벼운 노트와 인사이드아웃 기쁨이 캐릭터가 달린 볼펜을 드렸다. 글쓰기를 좋아다는 분명한 특징이 있기에 만남을 가볍게 기념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준비했는데 다행히 좋아하셨다. 책 제목같이 작가님의 마법 같은 주문이 내게 전달되는 것 같아 좀 더 힘센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꿈을 재확인했다. 헤어지기 직전 조심스레 서로의 나이를 밝혔다. 세상에나! 동갑친구이자 지인 작가를 보너스로 얻었다. 



기억 속 작가와의 만남은 강의실에서 시작되었다. 번역가이자 수필가였던 고 장영희 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 일상에서 마주하는 분이 유명한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인의 힘든 생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글을 출간하실 때마다 정성스럽게 조교들에게 사인이 담긴 책을 선물로 주신 덕분에 지금도 교수님이 곁에 계신듯하다.


하와이에서 맺은 소중한 인연인 지도교수도 한국계 미국인 작가였다. 코로나 19 전까지, 여름학기 특강으로 한국에 오실 때마다 뵙고 배우고 조금이라도 도와드릴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신 특별한 창작자시다. 맥신 홍 킹스턴 작가도 우연히 하와이대학 시절 워크숍에서 만나 사인을 받았다. 비록 개인적인 친분으로 발전시킬 기회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소중한 사인이 담긴 책을 책장에 보관 중이다. 





작가라는 말만 들어도 신비롭게 느껴지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일상을 살아가지만 일반인과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나의 작가 스승님들처럼, 오늘 같이 작가님을 개인적으로 만나고 올 때면, 책으로 실제로 만나는 작가의 모습은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아이 같은 생각이 슬그머니 찾아온다. 같은 하늘을 보고, 느끼고, 숨 쉬는 존재이니까. 브런치 글쓰기를 통해 작가님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설레는 경험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글의 힘은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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