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봐?
오늘도 남편은 뉘 집 아기인지 모르는 아기 동영상을 보고 있다. 3B라 불린다는 미녀, 베이비, 동물의 동영상을 휴식 중에 보고 있다는데, 그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때가 좋았지.
그때는 귀여웠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던 때, 아이들이 뒤집기 할 때, 기어 다닐 때 많이 찍어둘걸, 후회스럽다는 말을 자주 한다. 몇 편 찍은 걸로 무한반복 돌려보니 많이 부족하긴 하다.
애기로만 머무를 수도 없는데 왜 그때만 생각하고 있는지 가끔 남편의 말에 답답한 가슴이 더 조인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그렇게 사랑스럽던 아이들을 떠올리며 현재를 잘 살아보자고 나에게 손을 내미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머리와 가슴이 분리되어 따로 작용하는 듯, 하루하루가 그렇게 지나간다.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독립된 인격체임을 알면서도, 왜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기를 바랄까.
영양식을 먹고, 일찍 자고, 스마트폰 적당히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네, 네, 네!" 로봇처럼 살 수 없는데, 애쓰는 일련의 노력들이 차갑게 무시되는 표정과 말투에 밀릴 때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연애서든 육아서든 실전과는 다르다는 걸 익히 알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책 속에서 위로와 답을 찾아보고 싶었다. 정은유 작가의 <슬기로운 부모생활>을 살펴봤다.
따로 또 같이 가는 행복한 여정을 위한 슬기로운 부모생활을 위해서 저자는 7가지 처방을 내린다.
1. 부모인 나와 아이의 관계를 돌아보자
아이에게 전해지는 긍정적? 부정적 메시지? 어떤 게 더 많은지 의식해 보자
2. 아이의 말 들어주기
밝은 표정과 따뜻한 눈빛 부드러운 말투에 신경 쓰기(대화가 아닌 대답 없는 메아리는 그만두자)
3. 나이에 맞는 물리적, 심리적 적절한 거리두기
4. 아이들 삶은 아이들 스스로가 찾아 나아갈 수 있도록 속도와 방향을 아이들에게 맡기기.
부모는 옆에서 지켜주고 기다려준다.
5. 부모와 함께 일관성 있는 생활원칙과 공부 원칙을 설정하고 함께 지키기
6. 모든 걸 떠먹여 주려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 해보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7. 부모로서 아이에게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부모의 편리, 상황, 기분에 따라 부모가 하고 싶은 사랑을 하면 안 된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부모는 사랑하고, 기다리고, 실천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부모 역할에 대한 지침은 있지만 사실 내 상황에 100퍼센트 맞는 정답이란 없다. 한방에 해결되는 마법 같은 해결책은 어디에도 없다. 살면서 엄마로서 궁지에 몰렸다는 답답함이 나를 찾아올 때마다 책을 잡는다. 속을 끓이기보다 혹시나 문제해결의 열쇠라도 있을까 하는 기대로 책을 펴지만 해법보다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마음상태를 리셋하는 것 같다. 스르르 마음이 차분해진다. 세상이 변하고 부모의 역할이 힘들어진 만큼 아이들의 자녀 역할도 힘들다는 것을 떠올린다. 굳건한 마음으로 나 자신을 지키듯, 아이를 보는 내 눈과 마음을 제대로 관리해야 저 무지개 너머 슬기로운 부모 대열에 낄 수 있지 않을까.
종일 체육대회를 해서 학원을 쉬고 싶다는 아들과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다른 학교 친구들은 으레 학교행사 후 결석을 하니 자기도 쉬고 싶다고. 안쓰럽기도 해서 마음이 살짝 흔들렸지만 그동안 지켜온 성실성의 원칙을 고수해야 할 것 같아 가야 한다고 부드럽게 설득하기 시작했다. 속으로는 혹시 끝까지 고집을 부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 후의 분위기와 대화는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 중이었다. 좋아하는 간식으로 달래고, 휴식을 취하게 했더니 아들의 기분이 살짝 풀어졌다.
"고집 피우지 않고 가줘서 고마워."
"싸우면 관계만 나빠지잖아요. 다녀올게요."
갑자기 나보다 한 수 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자식 간의 관계가 나빠질까 봐 조심하는 엄마만큼이나 아들도 그걸 의식하면서 먼저 생각을 고쳐 먹은 모습이 어른스러워 보였다. 아직까지는 우리 사이가 꽤 괜찮다는 생각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학원에 다녀와서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다른 학교 친구들과 달리 자기 학교 친구들은 다 출석했으며 단어 시험도 잘 보고 왔다고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부모인 나만 애쓰는 게 아니라, 아들도 자기 방식대로 애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