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44
언니, 오빠 당뇨약 받은 거 실비 청구가능해요.
저도 지난 것까지 소급받아서 신청했어요.
오빠는 안 할 테니 언니라도.
카톡 메시지가 날아왔다. 실비 청구하라는 시누이 말에 바로 상황파악했다. 돈 나올 구멍을 찾아 적은 돈이라도 모아 아끼자는 뜻이었다. 같이 노력하자는 말로 주저 없이 해석했다. 시어머니의 치매 치료약이 생각했던 것보다 비쌀 것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당사자인 어머니는 청천벽력 같은 부담스러운 약값에 눈물을 쏟으시며 속상해하셨다. 경미한 단계에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아 질병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 치료제가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현실에서 비용 문제는 어쩌면 바위보다 더 무겁게 사람을 짓누른다. 치료비용 앞에서 당당하게 고개를 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본인 소유의 집이 있고, 보험도 있으니 일단 치료에 신경 쓰시면 된다고 자식 입장에서 위로해 드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 부부는 보험이 없었다.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한창 어린이 보험이 인기였다. 늦게 본 자식을 위해 보험을 들겠다고 찾아보던 남편은 직원이 실손 보험 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부담 없이 가장 저렴한 실손 보험하나를 들게 되었고, 그 덕분에 내가 암에 걸렸을 때 푸근하게 비빌 언덕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도. 병원진료가 끝나면 습관처럼 잊지 않고 실비 청구를 한다. 나와 달리 남편은 실비 청구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안 한다는 건 그만큼 무탈하다는 뜻이다. 보험 가입 후 10년 넘게 살면서 두세 번 했을 정도로 건강에 큰 이상이 없었다. 몇 년 전 당뇨진단을 제외한다면.
뜬금없는 맥락 없는 카톡 말고, 전화상으로 이야기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본인도 업무 하다 말고 갑자기 생각나서 잠자고 있는 우리 집 실비보험을 깨우라는 톡을 보냈겠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 그리 편한 말은 아니었다. 대강 듣지 않고 따져 들은 내 잘못도 있겠지만 같은 말도 시누이가 하면 가끔 불편하다. 아직도 시월드라는 것을 빼고 지인이 하는 말로 듣지 못하는 탓이겠지. 보험청구하지 않는 남편대신 아내가 해야 할 일로 일감을 받고 시누이 덕분에 남편의 미뤄둔 실손 보험 청구를 끝냈다. 커피 한잔 내려마시면서 집중하니 금세 끝이 났다. 누구라도 나를 깨워줄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스쳐갔다.
작은 것도 챙기자, 미루지 말고 행동하자, 깨어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