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45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나를 빤히 내려다보는 달에게 속마음을 훤히 보여줬다. 내 주머니에 돈이 얼마만큼 있어야 엄마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해 줄 수 있을까. 내 품 안의 자식뿐만 아니라 요양병원에 있는 엄마에게 원 없이 해 주고 싶은데 그게 마음 편히 안 되는 게 참 속상하다. 돌아가실 때까지 그럴 것 같아 마음이 항상 무겁다.
오전에 여동생과 함께 엄마에게 다녀왔다. 혼자서는 휠체어를 못 밀어 누구라도 병원에 오면 함께 본죽에 들르곤 한다. 인사동에서 엄마가 부탁한 조끼를 사 온 동생이 방문한 김에 이른 점심을 먹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동지팥죽과 전복죽을 시켜 셋이 나눠먹었다.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듯 엄마는 작은 국자로 세 번 정도 덜어 죽을 드시고는 숟가락을 내려놓으셨다. 워낙 입이 짧아서 많이 드시지 않는 엄마지만 이런 때라도 몇 술 더 뜨면 좋으련만 자식들의 바람은 뒷전이고 본인의 주장대로 입맛맛 다시는 수준으로 죽을 드셨다. 푹푹 드시지 않자 나도 모르게 속에서는 열불이 났지만 그렇게 살아온 엄마를 갑자기 내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었다. 대신 어릴 때처럼, 우리는 엄마 앞에서 죽을 배불리 싹싹 먹어치웠다. 돈이 많으면 이대로라도 살고 싶다는 엄마의 말이 항상 뒤에 남는다. 나눠먹기를 좋아하는 예전 습관대로 본인 간식뿐만 아니라 물리치료사들과 간호사들 간식까지 가능하면 자주 챙기고 싶어 하신다. 지난주에도 귤 한 박스 갖다 주니 운동치료를 덤으로 받고 너무 좋아 하루가 행복했다는 말씀에 그 기분이 사라지지 않게 카드를 긁었다. 유치원에 자식을 맡기듯, 요양병원에 엄마를 맡긴 나는 고개를 숙이고 관계자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 학창 시절, 촌지와 선물이 난무하던 그 시절 내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내가 그 역할을 할 차례가 되었다.
"엄마! 보름달이 엄청 밝아요!"
"응, 그래! 오다가 봤는데 크고 밝아. 보름달이야!"
딸아이의 무거운 가방을 멘 남편과 딸아이와 셋이 나란히 걸으며 함께 달을 보고 학원이야기를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만하면, 내 인생도 꽤 괜찮은 것 같은데...... 엄마에게 항상 "네네" 할 정도의 돈이 조금만 더 있다면.'
'꽉 차서 만족할 만한 인생이란 과연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