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59
몸에 해로운 음식을 삼가는 편식주의자이다. 음식을 뛰어넘어 인간관계에서도 나는 편식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다. 한정된 시간과 정신 건강을 위해서.
"난 귀찮아서 다이어트 꿈도 안 꾸는데. 난 먹는 것도 귀찮아서 하루 한 끼만 라면으로 먹어. 무얼 끓이는 것도 귀찮아. 귀찮아. 귀찮아. 식구들 밥 차려주는 때를 제외하고 혼자 있을 때는 그냥 때워. 너희랑 다르게 난 과외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다 귀찮아. 만사가 귀찮아."
운동회원 중 한 명이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식이요법과 운동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4명이 함께 걸어 나오는 중에 제일 나이 많은 언니는 그날따라 유난히 기분이 안 좋았는지 말끝마다 대화를 뚝뚝 끊었다. 평상시에도 그리 활기찬 사람은 아니었지만 유독 뽀루 뚱한 표정이었다. 이래도 저래도 "귀찮아"로 귀결시키는 사람을 보고 나니 힘이 빠졌다. 대화를 이어가기가 힘들 정도로 하는 말마다 귀찮다고 대꾸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제는 듣기 거북하고 빨리 그 사람과 헤어지고 싶다. 굳이 나서서 만나지 않는다. 내 에너지를, 내 하루를 망치는 느낌마져든다.
긍정적 에너지를 마구마구 뿜어대는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최소한 타인의 기분을 헤치는 말투와 말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나이 들면 내 맘대로 몸이 안 따라주니 귀차니즘이 자주 발동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도 너도 다 같이 노화를 겪고 있으니까. 나도 순간순간 귀찮을 때가 생기는 나이 들어가는 여자이니 그 맘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점차 이런 유형옆에 서 있기가 버겁다. 나를 물들일까 봐. 이와 반대로, 자기 관리가 철저해 옆에 있으면 에너지를 뿜어대는 사람이 있다. 보통 이런 사람은 긍정적 마인드에 몸놀림도 빠르다. 나도 뭔가 해 보고 싶은 자극을 받는다. 피곤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이제는 그만 쉬지, 왜 저래라는 반응을 낳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부정적인 사람보다는 긍정적인 사람, 이제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쓸데없이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사람이 아니라, 일방통행이 아니라, 주고받는 대화 속에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 격려를 마음속에 남기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동시에 상대방에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한정된 시간과 체력은 소중하다. 젊을 때처럼 이런저런 유형의 모든 사람을 포옹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 선택과 집중만이 남았음을 올해 부쩍 느꼈다. 좁아지는 인간관계 속에서 남는 사람이 몇 안 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귀찮아"라는 말은 타인뿐만 아니라 본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입으로 먼저 선언하는 순간 피어날 수 있는 동력이 이내 피식하고 꺼져버린다. "귀찮아"를 자주 입밖에 내는 딸아이에게 쓰지 말라고 이야기했더니, 이제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학습을 대하니 숙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주춤하거나 미뤄뒀던 일도 조금씩 시도했다. 남편과 함께 저녁 산책을 다닌 지 몇 개월이 흘렀다. 이제는 남편 입에서 산책=귀찮은 것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 건강관리와 부부사이의 대화가 자리를 잡았다. "한 번 해 볼까"라는 마음으로 한 걸음 디딜 때마다 다른 생각이 피어난다. "마음먹기 달렸다"를 실감하며 스스로 감탄한다. 안 하고 이유 없이 미뤄두는 것보다는 행동으로 옮기니 생활에 활기가 생긴다. 매 순간이 밝게 빛날 수는 없을지라도 하루에 한 번은 꼭 밝아야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 집중하는 일상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