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쩌다 다 같이 보낸 하루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68

by 태화강고래

1년 동안 수고했어!


퇴근 후 현관 앞에 들어선 남편에게 어느 때보다 진심을 담아 다정하게 어깨를 토닥거렸다. 매일 인천까지 왕복 100킬로미터를 운전하며 가장으로서 우리를 지켜준 그에게 감사했다. 사고 없이 무사히 1년이 지나갔다.


올해의 마지막날을 앞두고 오붓하게 점심 데이트라도 할 생각으로 안 가본 맛집 검색을 했다. 해물탕? 솥밥? 파스타? 말만 해도 설레었다. 주말저녁이라도 된 듯 밤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결국 식당은 정하지 못한 채... 잠들었다.


다음날 눈을 뜬 현실은 달랐다. 꿈 깨라는 듯. 둘만 사는 집이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 사는 4인가족이라고 정신 차리라고. 아프다니 결석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둘만의 외출을 기대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며칠 전부터 감기로 골골대던 딸은 밤사이 기침이 심해졌고,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아들은 상대적으로 경증이었으나 같이 쉬고 싶은 마음을 눈빛과 늑장으로 표시했다. 직접 해보니 소아과 오픈런을 해도 1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30명인 한 반에 10여 명이 결석을 할 정도로 감기와 독감이 유행이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결석은 안돼!라고 아이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했고, 지금껏 잘 지켜왔던 터라 마음을 먹기까지 몇 분의 시간을 끌었다.


'그래, 결심했어!'


아프다는데, 이제는 그만 내려놓기로 했다. 입장 바꿔 생각해도 쉬는 게 약이었다. 결석에 인색한 엄마가 1년 동안 열심히 달려온 아이들에게 통 크게 선물 아닌 선물을 주기로 했다. 아프니까 지켜보는 것도 아팠다.


"오늘은 둘 다 쉬어. 푹 쉬고 새해에는 아프지 말자."


다시 주방장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갔다. 아침을 준비해 밥을 먹이고 약을 먹였다. 엄마니까, 엄마의 자리에 무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날 그렇게 뜻하지 않게 온 가족이 집에 있었다. 평상시 같으면 회사로 학교로 가고 혼자 있을 시간인데, 주말처럼 모두가 내 곁에 있었다. 남편은 짐을 꾸리느라, 아이들은 감기 몸살로, 모두가 집에 있었지만 각자 조용히 머물렀다. 그러면 됐지. 불안하고 어수선한 세상, 더구나 한해의 마지막날, 함께 있어 고마웠다.

차분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며 루가 흘러갔다.



모두! 수고했어!

남편도, 아들도, 딸도, 그리고 나도!

내가 있어 가족을 챙길 수 있으니 다행이다.

아프지 말자!







올 한 해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크리스마스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