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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나는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69

by 태화강고래

매년 그러했듯 하룻밤 자고 나니 새해가 되었다. 2025년 탁상달력을 꺼내 놓으니 그야말로 1월 1일로 리셋된 기분이다. 마치 회귀한 인생처럼. 마음을 다져본다. 그래, 또 잘 살아보자. 작년 이맘때 무엇을 했었더라 기록을 뒤적이니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의 새 출발을 응원했던 시간 외에는 별다른 기억이 없었다. 그만큼 어제와 오늘이, 작년과 올해가 별반 다르지 않게 잔잔한 물결처럼, 무섭게 몰려왔다 가는 부서진 파도를 만나지 않고 우리의 시간은 소리 없이 흘러가고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새해 소망은 소박했다. 어른들이 늘 하셔서 진부하게 들렸던 말,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한 한 해를 살게 해 주세요."


그게 다였다. 보신각 타종식을 함께 지켜보면서 내년에도 건강하자는 말을 했다. 별스럽지 않은 말속에 무탈함을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만은 녹아있었다. 각자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실천은 하겠지만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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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천에서 만난 오리들



사실, 새해가 되었다고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일상의 루틴을, 습관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며 매일 새 아침을 맞이한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계속 걷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굳건히 했다. 울산에서 첫 산책을 시작했던 6년 전 몸과 마음의 치유가 절실했던 그날을 떠올렸다. 그 후,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처럼 내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걸어갈 것이다.

한걸음 한걸음 떼며 건강을 더하고

행복을 더하는 걸음이 될 것이다.

답답해도, 슬퍼도, 즐거워도

선선해도, 추워도, 더워도 걸었다.

앞으로도 계속 걸을 것이다.

제주도 올레길아, 산티아고 순례길아

기다려라.


몸으로 하는 일은 그냥 하면 되니 상대적으로 쉽다.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문제는 두뇌활동이다. 매일 글쓰기를 습관처럼 하겠다는 다짐이 어느샌가 무너졌다. 이것저것 쓰면서 마음이 개운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커져버렸다. 글감을 고심하느라, 생각을 확장하느라 하루이틀 넘겼다. 해가 바뀌었다고 갑자기 글을 잘 쓰겠다는 희망회로를 돌리고 싶지 않다. 그저 쓰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약속을 더했다. 손과 마음의 힘을 빼고 습관처럼 글을 쓰자고 다짐하면서 새해 첫 글을 쓴다.


"글의 품격"에서 이기주 작가는 글 쓰는 습관이야 말고 자기에게 적합한 글쓰기 수단과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글쓰기 노하우는 기술보다 습관에 가깝다.
때론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습관이 글을 쓰는 건지 모른다. 습관이 스스로 미끄러지고 번지면서 내 삶의 여백을 진하게 물들이는지도 모를 일이다. (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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