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게 맞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70

by 태화강고래

정형외과에 다녀왔다. 매일 출근하듯 가는 곳이 며칠 전에 생겼다. 돈을 받고 다니면 좋으련만. 안 그래도 궁한 돈을 쓰러 다닌다. 고작 10분 상처 소독하고 붕대 감아주는 일에 생돈이 나가는 게 쓰리고 아깝다. 내 손으로 할걸, 호사스러운 과잉 진료를 넙쭉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버스까지 타고 나가 기분 좋게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숱하게 다닌 아파트 건너편 담벼락을 따라 평상시처럼 걸었는데 정말 순간이었다.

안돼!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몸통을 잡아주길 바랐지만, 보이지 않는 손도 보이는 손도 없었다.

아. 아. 아

철퍼덕.

넘어졌다. 차디차고 딱딱한 보도블록 위로 던져졌다. 큰 절이라도 하듯, 앞으로 고꾸라졌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바닥에 떨궈진 핸드폰을 줍고 보니 검은색 패딩은 바닥을 쓴 빗자루가 된냥 흑먼지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주변을 살폈다. 왼쪽 손목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찢긴 피부 틈새로 빨간 피가 나는데도 창피했다. 아무도 없는 듯 보였지만 어디선가 내려다보거나 멀리서 봤을 수도 있었다. 축축하고 쓰라린 무릎을 감각으로 느끼며 바지를 올려 보지는 않았다. 절뚝거리고 손목을 가린 채 집으로 들어와서야 확인했다.


아.

두 번째 아...

호르몬 부족으로 뼈가 약한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거즈로 상처를 살짝 덥고 병원으로 갔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다 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젊으신데 왜 넘어지셨어요?

길이 미끄러웠나요?

엄마, 어지러웠어요?

뭐에 걸려 넘어졌어요?


병원도 가족들도 궁금해했지만, 모른다.

갑작스러운 낙상으로 숨 쉬는 거 말고 모든 게 불편한 일상을 살게 되었다. 그동안 너무 잠잠해서 지루할까 봐? 액땜이라 여기기로 했다. 골절이 아닌 게, 다른 큰일이 안 일어난 게 다행이라며 불평과 후회는 멀찌감치 거리를 두었다. 안 하는 게 상책이다.


울고 웃게 만드는 운명의 바퀴에 올라탄 듯한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내 인생의 목적지가 어딘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우연과 필연이 만나 살아가는 미약한 존재임을 최근처럼 소름 돋게 느낀 적이 있었을까?


2월 초 수강신청을 앞두고 기적 같은 일이 찾아왔다. 욱신거리는 왼손을 쉬게 하고 오른 손가락으로 또각또각 키보드를 눌러 장학금 수혜자 명단을 클릭했다. 두근두근. 입이 주체할 수 없이 크게 벌어졌다.

와! 와!

방에 있던 딸을 불러 자랑했다.

엄마가 장학금 받았어!

이번엔 기대 안 했는데... 졸업 전에 이루고 싶은 꿈을 이뤘어!


흥분한 게 얼마만인지. 벅찬 감격에 순간 빠져들었다.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오는 바퀴처럼, 좋은 일과 불편한 일은 생겨나고 사라진다. 인생 새옹지마라는 말이 번뜩 떠오르며 잠시 멈췄다. 반백을 앞둔 내 인생이 멈추지 않고 고맙게도 굴러가고 있었다. 제어할 수 없는 운명과 쌓아온 노력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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