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73
"이번 방학은 어땠어?"
이런 질문으로 방학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코너만 돌면 목적지가 보이는 것처럼 방학이 끝자락에 다다랐다. 아이들은 두 달 가까운 방학을 보내고 며칠만 지나면 새 학년에 올라간다.
엄마가 된 후 방학=돌밥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방학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순간부터 곳곳에서 삼시 세끼의 부담을 토로했다. 손맛도 재주도 없으니 나 역시 한숨과 걱정이 앞섰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방학이라는 시간을 한 두 번 보낸 것도 아닌데... 그런데 시간이라는 약이 여기에도 통했는지 이쯤 되니 살짝 마음이 가벼워졌다. 일주일에 몇 번씩 메뉴를 찾아 성공과 실패를 만나고, 좋아하는 라면과 떡볶이 같은 마음은 불편해도 아이들은 좋다고 외치는 음식을 내어주면서 살다 보니 부담 없이 돌밥 공연의 막이 내리고 있다. 엄마 주도의 이상적인 계획표는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슬그머니 사라진 덕분에 아이들은 학원 수업을 뼈대로 삼아 꽤 자유로운 방학을 보내게 되었다. 방임에 가까운 엄마이기에 가끔 내가 잘못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몰아붙이는 식의 학업 때문에 관계를 망치는 대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포근한 집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방학생활의 추가 아이들 쪽으로 이동했다. 조력자로서 나는, 지켜보고 기다려주는 일을 하면 되었다.
아이들에게 방학은...
깨우기 위해 들락거리기를 반복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어찌나 힘든지 아이들은 오전에 학원에 가지 않은 이상 보통 예상 기상시간을 훌쩍 넘어서 눈을 비비며 하루를 시작했다.
"요즘은 제가 제일 늦게 자요! 숙제하느라고요!"
"차라리 방학을 안 하는 게 낫겠어! 방학인데 공부만 하는 것 같아!"
"너무 알차게 보냈어! 공부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차이가 확연히 벌어졌겠어!"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특히 아들의 경우 그랬다. 아직 고등학생 신분이 되지 않았으나 분명히 아이들에게 학업의 무게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방학이 학업과 휴식으로 양분되고 있음을 실감했다. 고학년이 될수록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숙제량이 많아지니 앉아 있는 시간이 자동으로 늘어났다. 학기 중 3시간 수업이던 것이 방학에 4시간이 되고, 주말에는 특강이 들러붙어 그야말로 눈뜨면 공부하다 틈틈이 게임하고 자는 패턴이 겨울방학 내내 지속되었다. 눈에 빤히 보이는 지루하고 단조로운 일상이었지만 하루하루 양념처럼 소소한 장난을 치며 지내는 모습에 안쓰러우면서도 기특했다. 부모인 우리 세대보다 일찍부터 공부라는 활동에 투자하는 시간과 양이 많음을 새삼 느꼈다. 소위 말하는 대치동 친구들은 얼마나 더 눈에 불을 켜고 달리고 있을까 생각만 할 뿐이다. 철두철미한 엄마였으면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했을지도 모르지만, 현재 수준으로는 매년 몸과 함께 정신도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부모로서 벅찰 때가 많다.
아이들이 집안에 머물던 시간이 점점 줄어들며 차근차근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가끔 갤러리에 저장된 사진을 넘겨보며 남편과 나는 추억에 젖는다.
그때가 좋았지! 가자면 어디나 따라가고 엄마아빠 손 꼭 잡고 다녔는데.
이 표정 좀 봐! 이젠 현실에서 더 이상 볼 수 없을 귀엽고 웃긴 표정도 지으면서.
그땐 힘들었지. 애들 둘 데리고 다니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할머니가 꼭 그러셨어.
좋은 때다.
그때의 그 말씀은 지금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어찌나 맞는지. 나도 가끔 아이들 손을 잡고 지나가는 아이 엄마를 바라보며 속으로 똑같은 말을 한다. 지나고 보니 몸은 힘들어도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짧은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내 곁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되도록 알차게 보내고 싶다. 기회가 될 때마다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주고, 생일 같은 날 뿐만 아니라 이벤트가 필요하다 싶으면 외식이라도 한번 더 하고, 1년에 한 번이라도 1박 여행을 다녀올 것이다.
"그때가 좋았다고!"
몇 년 후 스무 살이 되는 아이들을 보면 그때 또 중고생 시절이 떠오를 것이다. 자연스레 등장할, 아니 평생 뒤를 돌아보고 말하게 될 그때를 준비하며 보통의 날들을 추억으로 만들어 잘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