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원장님

by 지니의 쉼표

팔목, 손목이 나의 날씬하던 때를 기억해 주는 유일한 곳이다.

덩치가 커지다 보니 발목도 손목도 여기저기 삐그덕 힘들어한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허리다.

직업병인지 나의 자세의 문제인지 모르지만 아프다.


엄마는 그 모든 건 나의 살 때 문이라 생각하고,

살을 빼야 낫겠다는 생각으로 동네 한의원을 뚫으셨다.


나는 통각에 예민하다. 그래서 침을 맞는 뾰족함이 고통스럽고 불편하고 힘든 사람이다.


엄마도 그랬던 거 같다.

그런데도 엄마는 나를 위해 함께 침을 같이 맞으셨다.

같은 칸 옆침대에 누워 있던 시간이 엄마랑 추억을 쌓던 즐거운 시간였다.


그 후 밥 먹고, 커피 마시고 헤어지고, 시장이 가까우니 장도 보고 엄마와 소소한 일상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엄마가 한의원 안 가는 날이면 내가 한의원 가는 날 맞춰서 나에게 볼 일을 그 아침에 보시기도 하셨다.

일부러 사유를 만들어 막둥이를 보신 듯도 하다.




엄마가 하늘의 별이 되고, 한의원을 갈 수가 없었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과 한의원을 가는 길이 같았기 때문에...

허리가 아팠는지, 맘이 아픈 건지... 그때 기억이 내 머릿속에서 통편집되어 사라 졌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쉰 거 같다.


지금, 그 한의원을 다시 다니고 있다.

허리가 아팠기에 처음 몇 달 동안 가는 내내 울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내 옆을 지나가는 사이렌만 들려도 주르륵 눈물이 수도꼭지를 틀듯이 나왔다.


인생 첫 한의원 생활에 엄마가 있었기에

혼자가 된 이후 가는 길이 더 힘들었다.


한의사 원장님에게 멍청해진 나의 머릿속을 상담받았다.

"내 전화번호, 무엇을 하려고 움직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했다.

"심신이 약해져서 그렇다"라고 하며 한약을 지어 주셨다.

내가 "한의원 오는 게 힘들다"라고 했을 때

원장님은 "안 오시겠다" 생각을 하셨단다.

왜인지 더 잘 아셨던 거 같다.

원장님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에 오시지 않아도 이해했을 거다"라는 말을 하시는데

나는 엎드려 침을 맞으며 침대베개를 적셨다.




내가 다른 곳을 가지 않고 원장님과의 인연이 이어가는 이유가 따로 있다.


엄마 돌아가시고 부고 문자를 지인들에게 조차 모두 알리지 못했다.

엄마친구분들께 전화드리고, 받는 것만으로 내게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한의원 원장님은 엄마와 나에게 같은 지인이기도 하고

매주 내 허리를 치료하시며 엄마의 상태를 나를 통해 살필 정도로

엄마에게 다정했던 분이시라 특별히 문자를 드렸다.


"원장님, 고운 울 엄마 하늘나라 별이 되었어요. 제게 원장님을 소개해 준 울 엄마에게 고맙고...

아픈 울 엄마, 아들처럼 늘 신경 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나중에 알 수도 있으시겠지만

맘 써 주셨던 감사한 맘을 알아 인사드려요"라고 주소도 없이 인사만 드렸다.


부고 문자를 받자마자 어찌 아셨는지 화환을 제일 먼저 보내주셨다.

그 화환에 놀랐고, 그 뒤로... 내가 화환을 보낼 상황이 생길 때마다

그 첫 번째 화환의 어떤 의미인 줄 알아 제일 먼저 화환을 보내려 노력하게 되었다.

사람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바꾸는 귀한 분이셨다.

또 시간을 내어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와 주었다.


장례를 치르는 내내

나를 사랑하고 애정해 주는 지인들이 명절기간임에도

부고 문자를 모두에게 전하지 못했는데도 이리저리 알아보고 찾아와 줬고, 내 지인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인사를 하러 오니 내 아이들이 "엄마 진짜 잘 살았구나!" 하는 소리를 받게 해 주었던 사람들 중 한 분이 한의원 원장님이 셨다.




스쳐 지나가는 환자 한 사람인데, 이 의사 선생님은 엄마에게 아들보다 더 친절했다.


한 번은 배송기사가 한약을 엄마에게 보냈는데 꺼낼 수 없는 곳에 올려놓아 안절부절 못하는 엄마를 달래곤

퇴근길에 들러 엄마에게 전달하고 가시는 참 인간적인 사랑을 갖고 계셨다.

엄마가 소화가 어렵다면 나에게 전달하여 드셔보시라 한약을 보내시는 주치의 역할까지 자처하셨다.


그래서 한의원을 바꿀 수 다.

엄마와 헤어지던 골목을 지나는 아픔을 기억해야 하는 길에 그 한의원이 있으매도 내가 그곳을 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침술도 다른 분들보다 아프다

표피만 찌르지 않고 아픈 척추까지 딱 아픈 그곳까지 침을 쓰신다. 통각이 예민한 나에겐 꽂은 침을 뺄때조차 너무 아프다.

그런데도 나는 이 한의원을 엄마 나이까지 다니지 않을까 싶다.


엄마를 함께 추억하는 그곳에서.





*사진출처: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