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나의 손

by 지니의 쉼표

나의 손은 재주도 있고, 모양도 예쁘게 생겼다.

그런데 그 손이 고생을 많이 했다.


요즘은 세탁기, 건조기가 있으니 빨래를 넣기만 하면 건조까지 해주는데

어렸을 때는 마당에서 이불이며, 옷을 빨았다. 특히 겨울에 청바지를 빨 때면 손이 망가지기 일 수였다.

고무장갑을 끼는 것은 작은 손에 맞지도 않고, 불편했다.

그래서 맨손으로 찬물에 빨래를 하거나 설거지를 했다.

여름은 그나마 나았다. 겨울엔 돌리기만 하면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는 지금 같지 않았다.


연탄불에 끓여 놓은 많지 않은 뜨거운 물로 빨래와 설거지를 모두 해야 했기에 따뜻한 물을 한대야 떠놓고 찬물로 빨래를 하다가 너무 손이 시려우면 따뜻한 물에 손을 넣어 녹이며 했다.

그 고생은 나만 하지 않았다. 언니는 나보다 두 살 많다는 이유로 더 했다.


언니 손은 동상이 걸려서 손이 퉁퉁 부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 동상으로 한참 고생했던 언니가 엄마의 직장 생활의 빈자리를 늘 채웠다.

그런데 그 언니는 요리는 그렇게 하기 싫었는지

오빠가 "00랑 있으면 굶어 죽을 듯하다"라고 하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요리를 어려서부터 해 왔다.

나의 손은 언니보다는 적게 찬물을 만졌는지 모르지만

언니보다는 2년은 먼저 시작했을 거니 부드러운 아가 손이 망가지는 것은 당연했을 것 같다.


어렸을 때 엄마가 퇴근하여 돌아오기 전 혼자 '가지 볶음'을 한다고

도마에 가지를 썰다가 약지 손가락 3분의 1 정도가 가지와 같이 베었는데

아픈 줄도 모르고 몇 개를 더 자르다가 어느 순간 가지가 붉어지는 걸 보고 놀라 보니

손가락마디에서 피가 뿜어지고 있었다.


나는 의학적 지식이 있지 않았는대도 덜렁거리는 손끝을 꼭 부여잡고, 약국 가서 약을 처방받고, 치료를 받았던 기억과 흔적이 약지손가락 끝마디에 남아 있다.


직장을 다니는 엄마의 빈자리를 돕고자

동상도 걸리고, 거칠거칠해진 손이 아주 오래 고생한 모양새를 가졌다.

나에겐 여자의 야리야리한 손은 없다.

그러나 그 손이 일은 참 잘한다.


다른 이에게 내밀지만 않으면 된다.

악수를 하며 나의 손을 잡을 때 반응은 둘 중 하나였다.

"손이 왜 이리 거치냐?" 직접 물어보는 경우이고,

또 다른 경우는 내 손을 잡은 상대의 '얼굴이 놀란다.'

그리곤 그는 나를 생각해서 상처를 받을까 얘기를 못한다.

다른 이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나에게 불편함을 안겨준다.


그러나,

그 손을 "소중하다"라고 해 주는 사람들로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거칠면 어때! 일도 잘하고, 솜씨도 좋은 손을 가졌는데"

그 손이 자랑스럽게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내 손에 사랑을 담아 관리를 해주기 시작하니 손이 반짝거리고 있다.

뒤늦게 관리를 해줘야 하는 것을 알기 시작하니 이제는 부드러워지는 부분도 생겼다.


손을 돌보고, 살펴 주기 시작하니

나의 손이 웃는다.


나도 이제,

내 손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내 손이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