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by 지니의 쉼표

초등학교 2학년 때쯤 혼자 밖에서 놀다가 넘어졌는데 날카로운 돌에 넘어져 작은 손바닥에 6~7cm 정도 엄지손가락 아래로 쭉 찢어졌다.


전화기가 없던 때라 어른들이 직장을 가고

집에 나를 돌볼 사람이 없어 넘어진 자리에서

돌아 올 가족만 기다리며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살이 벌어져 피가 멈추질 않았다.


현재 손바닥에 난 상처를 다시 보니 성형외과를 가야 하는 정도이지 않았을까 싶은 상처의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그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인 내가 뭘 할 수 있었겠나 싶다.

넘어진 자리에서 피 흘리는 손을 붙잡고 우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런 아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던 좋은 어른을 만났다.

그분이 의학 지식이 있었던 건지 모르지만

본인이 갖고 있던 담배 가루를 털어 모아선

나의 손바닥 가득 올려두고 천으로 꽁꽁 싸매어 주며

"피가 멈출 거라고" 하곤 가던 길을 가셨다.

그분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물며 행인였는지, 동네 어른였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울고 있던 어린아이를 치료해 주던 모습.

담배 종이를 찢어가며 가루를 모으던 모습.

내 손을 천으로 감아주던 따뜻한 손만 기억에 남아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돌봐주던 좋은 사람들이 있기에 살만한 세상이라는 걸

그 흔적 그대로 오른쪽 엄지 손바닥에 선명하게 흉터로 새겨져 있다.


흉터를 바라보며

나는 좋은 사람으로 자라고 있나 다시금 생각해 본다.




지인들과 밥을 먹는 자리에서

자녀들의 직장이야기가 나왔다.

나쁜 상사를 만난 이야기, 면허를 딴지 얼마 안 된 자식 같은 아이가 건물아래 주차를 헤매니 1층 카센터 사장님이 그냥 두고 올라가라고 본인이 해 주겠다는 좋은 사람도 만나는 것을 보면... 여전히 나와 우리 자녀들에게도 좋은 사람은 필요해 보인다.


계약서도 쓰지 않고 열정패이를 당연한 것처럼 요구하고,

월급보다 적은 금액을 주며 아이가 항의하기 전까진 월급을 적게 챙겨주는 나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20대 초반 자녀들이 만나는 세상은 야무지지 않으면 코를 베어가는 세상처럼 보인다.


부모인 나는 부당하게 처신하는

그 나쁜 사람에게 당장 찾아가

법적으로 대응하거나 멱살을 잡아 주는

그런 해결사가 되어 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


그들이 만나는 세상은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은 세상이라는 것을 알기에

동물들도 아는 생존본능을 키워줘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자녀들이 만나는 세상이, 우리 어른들이 만나는 세상과 별만 다르지 않기에

순둥하고 착한 사람들을

이용해 먹으려는 빌런들이 있다는 거,

그런 사람들에게 타깃이 되기도 한다는 게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고통도 없고, 행복하고, 편안함만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과는 다른 세상이기에

멱살을 잡고 대신 따져주고 싶은 일을 만나지만

그들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기에

참기 힘든 일이지만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아니

그것을 믿어 보는 수밖에 없다.


자녀들이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갖게 되길,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길
오늘도 간절히 바라며 기도한다.


어려서 만났던 대가 없는 선행을 베풀고 간 좋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어려움에 혼자 내팽개쳐두지 않는 그런 좋은 사람들이 우리 자녀들을 돌봐 주길 바라며...


나도 누군가의 자녀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