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

by 지니의 쉼표

대인관계는 어렵다.

관계를 힘들기로 선택한 사람처럼 사는 거 같다.

아니 쉽게 가는 길을 선택하지는 못한다고 해야 하나?


나는 삶의 태도에서 관계를 가볍게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다.

일도, 사람도, 감정도 끝까지 생각하고 대충 넘기지 않는다.

빨리 가는 대신 깊이 가는 것을 선택하고, 폭이 넓은 대신 좁지만 깊이 사귀는 것을 선택한다.

나는 관계중심형이다. 일이 되게 하기 위해 관계를 포기하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떤 때는 왜 이리 애를 쓰며 사나 싶고,

조금 가볍게 내려놔도 되는데 싶기도 하다.

의미 없는 편안함에서는 오히려 더 불편한 사람이다.

대인관계에서 감정을 얇게 쓰지 않고

한 사람을 만나도 깊게 만나고,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려 관계를 곱씹어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어느 순간 애쓰던 그런 모든 상황에서

번아웃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모습이 나의 성향이나 내 몸에 습관처럼 남아있다.


요즘 나의 인생의 전반을 파노라마처럼 훑고 있는 듯

한 장면 한 장면 살피고 돌아보고 있는 중인 듯하다.


동창들을 만나면 나와 같은 반이 아녀도 나를 기억하는 친구는

"너를 생각하면 착한 친구였던 기억이 있다" 한다.

그때의 나는, 나의 의견을 말하지도 못하고 그냥... 조용히 들어주던 친구였다.

나의 화난 감정을 말하지 못하고 늘 침묵을 선택했던 나였다.

그것이 어느 누구는 "잘 삐졌다"라고 가볍게 얘기하기도 한다.

"나 여기 있다. 나도 배려 좀 해줄래"라는 말을 하면 상대가 기분이 나빠질 것 같아서 말로는 하지 못하고

조용히 있었던 내 모습은

관계를 위해 말할 수 없던 몸부림처럼 나의 감정을 어찌 표현하는지 몰랐던 거 같다.

감정을 표현하면 다 나를 떠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았던 것도 같았다.

말하지 못한 배려와 침묵을 착함으로 오해받던 나였다.


자라면서 자존감과 효능감이 높아지면서

나의 감정에 대해 힘들면 힘들다고 말로 표현을 할 수도 있게 되었다.

부드럽지만 나의 감정이 섭섭하다는 얘기는 정도는 할 수 있다.

싸우려는 자세라기보다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상태의 건강한 나로 살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향적이고 현실적인 감정형을 갖고 계획되지 않은 상황은 좀 부담스러워하는 그 정도의 나.

싸움을 싫어하고, 평화를 사랑하나... 부당함에는 수호자의 자세가 나오는 뭐 그 정도의 사람이다.

관계중심적인 감정형으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지내다가도 상대의 무례함과 부당,

배려 없음의 모습을 보게 될 때 난 이성적인 모습을 장착하여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정도의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되어 살아내고 있다.


오랫동안 나를 알던 사람들을 당황시키게 될 듯도 하다.

예전의 나 같지 않다는 말도 듣는 거 보면... 요즘 나에게 여유라는 것이 없어져 그런 것인지

아님 좀 더 이성적으로 바뀐 건지 예전의 다 양보하고, 배려하고, 손해 보고, 살던 내 모습이

이제는 바보 같이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서 자기주장이 세진 건가? 싶기하고 뭔지 모르겠다.


나의 모습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 그냥 이대로 살아보려 한다.

그러다 주변의 사람들이 다 떠나려나...

건강하게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받기만 하던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까 싶은 마음은 있지만

나는 변한 게 아니라 이제는 나를 보호하는 언어를 갖게 되었을 뿐인데...


대인관계는 어렵다.

며칠 전 16세 아들이 "지금까지 살면서 젤 어려운 건 대인관계 같아 힘드네" 하길래

"죽기 전까지 힘든 게 대인관계 같다"며 대화를 했던 거 보면,

남녀노소 모두에게 답이 정해지지 않는 난제 같다.

쳇에게 내글을 그려달라고 몇번을 졸랐는데 대화상대를 바꾸고, 한글도 엉망이고 못배운 쳇을 경험했네요 그래도 지니도장이 맘에 들어요 ㅎㅎㅎ



이 난제를 풀 방법을 모색하려들면...

더 꼬이는 어디부터 풀어야 하는지 아는 줄 알았는데 모른다.


대인관계를 대학교 과목으로도 들었다.

교과책으로 배웠음에도

그 수업에서도 결론은 "어렵다."이다.

나만 어려워하는 게 아니니 괜찮은 건가?


문제라면 풀고 싶다.

못 풀면 잠을 못 자던 중고등학생때와는 달리

못 풀어도 잠을 자는 거 보면 그냥 이렇게 사는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