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사한 피의자가 죽었다

1장. 조용한 전화

by 엉두

전화벨은, 꼭 필요할 때 울리지 않는다.

그날도 그랬다. 사건보고서를 정리하던 오후, 무심하게 울리는 전화벨이 내 의식을 잡아끌었다.


“여동생이 이혼을 하려 합니다.”


사투리가 묻은 목소리는 조심스럽고, 기척은 무겁고, 그 속엔 말 못 할 사정이 잔뜩 얹혀 있었다.

형사로 오래 일하다 보면 이런 감정은 피부로 느껴진다.

그의 목소리는 이미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무슨 일 때문입니까?”

이혼이라는 단어 뒤엔 언제나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설명의 끝에서 내가 마주한 건, 예상했던 민사상의 갈등이 아니라,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문장이었다.


“매제가… 애들한테 몹쓸 짓을 했거든요.”


한동안 전화기 너머의 숨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조카의 성기를 만졌다는 이야기.

그 아버지가 술김에, 혐오스러울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며 범한 행위.


심장이 내려앉았다.

이름도 모르는 남자, 정확한 주소도 없는 상황.

나는 그에게 말했다. “사건처리를 해야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꺼려했다.

“그렇게까지는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끊겨버린 수화기.

그 속에선 무언가 구겨진 채 접혀 있었고, 나는 그것을 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었다.


경찰은 통계로 일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 아이 한 명을 위해 수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