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와 아이 엠 샘

삼일절의 글쓰기

by 릴리에

새벽의 빗소리는 설레임을 준다.

봄비라면 더욱 그렇고 휴일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우리의 3.1절에 우크라이나의 고통을 생각한다.

며칠 전 Reddit 을 처음 시작했는데, 한국의 뉴스 기사들이 인용하는 최초의 자료들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공되지 않은 것들을 원했다.


역사와 관련된 전공을 공부했었다. 먹고사는 일은 전혀 다른 분야에 있지만, 나의 피 땀 눈물*은 인문학을 연구하던 그 시절에 있다고 늘 생각하고 살았다. 부모가 되고 나서는 우리의 다음 세대에 역사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예컨대 세월호를 경험했을 때에도 나는 이미 부모였기에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는 일은 상당히 고통스럽다. 며칠간 우크라이나 소식을 찾아보며 올해 초3이 되는 아이에게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집 TV에는 전체관람가만 나오기 때문에 아이는 세상 뉴스를 모르고 산다. 전쟁의 소식은 물론이고 집 앞에서 연예인을 만나도 누군지 모를 정도라 큰 이슈들은 따로 알려주는 편이다. Reddit 기사를 같이 보여주며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해 주었다. 엄마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며칠간 공부해서 알게 된 것들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고, 세계 사람들이 이번 일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궁금해서 외국 채널을 읽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일론 머스크라는 엄청난 부자는 이번 전쟁에 자신이 가진 것을 이렇게 사용했고, 손 피켓을 만들어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런 메시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그래서 유용한 일이라는 팁과 함께. 나중에 자라서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거라 기도해 주었다.


아이에게 내 역사관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도 부모의 권위주의일 수 있기에 무척 조심스럽다. 다 큰 자식들과도 정치 견해로 마음 상하는 게 사람의 일이다. 그래서 부모도 늘 공부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럽의 역사를 이번 일로 많이 찾아보게 되었다. 역사적 배경이나 국가 간 이해관계에서 우리보다 직접적인 역학관계에 있는 서구인들의 시각도 참고해 보는 것이 필요했는데, 우리에게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먼 나라 이웃나라**였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미안한 실수를 했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지난 어느 올림픽에서 우리의 방송사가 우크라이나를 소개할 때 그들의 아픈 역사를 그 나라를 대표하는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더 부끄러운 건 이번에도 고위공직자나 선거 진영들에서 우크라이나를 타자화하여 한낱 자신의 논리를 치장하고자 타국의 아픔을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어느 쪽을 지지하는가 와는 별개로 이는 상식이나 인간에 대한 예의와 관련되는 이슈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노출된 비매너와 혐오표현, 배려와 공감능력 부족은 한국의 인성교육의 실패를 더 큰 책임으로 반성해야 하기에 개인의 일탈이나 무지에 대해선 언급 않겠다.


인생에서 너무 많은 승리자로 살아온 그들이었기에 이기는 일에만 너무 몰입한 나머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은 잃은 것 같아 안타깝다. 그들의 현재적 지위와 성취를 보건대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선발 시험을 통과할만한 역량을 갖추었을 텐데 역사는 책으로만 배웠나 보다. 학창 시절 세계사를 암기 과목으로만 배웠기에 일본 하면 초밥 식의 유아적인 역사인식을 다 큰 어른들이 개막식 해프닝으로 보여주었듯이. 이런 초라한 역사인식이 방송사뿐만 아니라 정치나 행정부처의 의사결정권자들에게 까지 편재해 있다는 것.


비판적 사고와 성찰적 배움이 있는 역사 수업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채 입시 경쟁에서 선발된 승리자들의 머릿속엔 다량의 습득된 지식들로만 가득 찬 상태이고 결국엔 그들이 주요 업무에 배치된다는 점에서, 한국 교육 제도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겠다.

미국의 영화 배우이자 감독인 Sean Penn 은 이번 전쟁을 기록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의 작업과 메시지와 행동이 아카데미 수상 작품들보다 더한 감동을 준다.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기억하는 대한민국은 이 시각 우크라이나의 시민들을 기억해야 한다. 삼월 일 일***에는 기록하자.

삼일절의 글쓰기.


D-1
언스쿨링Un-Schooling의 기록


*피 땀 눈물. 방탄소년단, 2016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의 작품

***3.1. 삼일절. 방역패스 중단 첫날. 오늘부터 동거인 격리면제. 초중고 개학 하루 전날. 제20대 대선 8일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5일차. 봄비 내린 날. 개구리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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