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아
매일같이 하는 숙제들이 있다.
나 역시 그런 숙제들이 하나 둘 쌓여 있다.
정해진 시간에 반려견 산책시키고, 집안일들을 하고, 수업강의도 만들고 그러다 보면 꼭 한 가지씩은
깜빡하고 놓치는 일들이 생긴다.
예를 들면, 음식물 쓰레기 정리 해놓고는 씽크대 위에 그냥 둔 채 출근한다거나..
반려견 산책시키면서 반려견 물통을 깜빡하고 안 챙긴다거나 하는 식이다.
우리 학생들도 나 못지않게 자주 깜빡 거린다.
매일 챙겨 와야 하는 숙제들.. 집에 두고 오기도 하고, 학교에 두고 오기도 하고,
놀다가 놓고 오기도 하고 그러면서 한결같이 하는 말 ...
"쌤 오늘 저 진짜로 숙제 열심히 했어요.
정말 했는데 깜빡하고 집에 놓고 왔어요. 진짜예요~"
또 다른 아이는 이렇게도 말한다.
"쌤 집에서 잊어버릴까봐 학교에서 숙제 했는데, 학교에 놓고 왔어요. 학교에 다녀올게요."
그러고서는 직접 학교에 가서 찾아오는 아이도 있고, 또 어떤 아이는 " 쌤 놀이터 벤치에 두고 놀고
왔는데 잠깐 다녀 올게요" 하며 금세 다녀오는 아이들도 있다.
다행히도 우리 학생들은 어디에 놓고 왔는지, 무엇을 놓고 왔는지 잘 기억하고 있지만,
정작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깜빡깜빡하며 흘려보낸 수많은 시간들, 그 시간들이 늘 항상 나에게 물어보곤 한다.
오늘은 무엇을 깜빡했어?
오늘은 언제 깜빡했어?
오늘은 어디서 깜빡했어?
오늘은 어떻게 깜빡했어?
하나하나 대답을 해 주면 좋겠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대답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내가 무엇을 놓고 왔더라~'
'내가 어디에 두고 왔더라~'
'내가 무슨 말을 하려던 거 였더라~' 등등
나도 모르는 여러 가지 물음표 속에서, 한참 후에 생각이 나버리면
나 스스로에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어 보낸다.
'지금이라도 생각이 난 게 다행이야'
'지금이라도 알았다니 다행이야' 라고.. 아마 많은 시간이 흐를수록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줄 일이
더 많아 지게 될 것 같다.
아이들이 깜빡한 숙제를 찾기 위해 열심히 학교로, 집으로 다니듯,
나 또한 하나씩 하나씩 찾아가면서
자동차의 깜빡이처럼 길을 잘 찾아 갈 것이다.
너무 자책하지도 않고, 너무 속상해 하지도 않으면서,
나에게 주는 나만의 선물처럼 그 증거물로
아름다운 시간을 쪼개면서 찾아 낼 것이다.
그 증거물이 나의 시간의 선물이라 생각하며,
나만의 선물, 그렇게 차근차근 나에게로 올 것이다.
그 증거물이 나의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는 선물 같은 것이니까.
누구나
깜빡깜빡하는 건
어쩌면 나에게 보내는 조용한 신호일지도 몰라요.
나에게 맞는 선물을 찾으라는 신호,
나에게 잠시 쉼을 주라는 신호,
나 자신을 더 보살피라는 신호,
그리고 나에게 집중하라는 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