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 몇 번이나
‘진짜 나’를 마주할까?
나는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는 게 아직도 가장 쑥스러운 일 중 하나다.
마음은 여전히 10대, 20대인데 거울을 보면,
그 속엔 내가 모르는 나이가 서 있으니.
그 당혹스러움을 이제는 천천히 추억으로 바꾸려 한다.
그런데 진짜 더 쑥스러운 건, 나의 자녀들을 통해 ‘또 다른 내 모습’이 보일 때다.
마치 속마음까지 비춰주는, 투명한 거울을 보는 것처럼 나는 얼굴이 붉어진다.
그날도 평소처럼 수업 중이었다. 막 인사를 하고 앉는 한아이의 스마트 폰이 바뀐 게 눈에 띄었다.
“오~ 은혁이 폰 바꿨네~ 좋겠는데?” 내가 웃으며 대화를 시작하였는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지네들은 매번 좋은 폰 쓰면서.. 전 그냥 사용했던 폰 쓰라고 해서 짜증나요.”
‘지네들’—그 안에 담긴 말의 방향이 나는 단번에 짐작이 갔다.
“은혁아… 혹시 ‘지네들’이 내가 아는 너의 부모님이야?”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아요. 우리 엄마도 늘 그래요. ” 은혁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은혁아, 부모님께는 그렇게 말하지 말자.
너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니까.”
그렇게 얼버무리며 대화를 급하게 마무리하고, 나는 아무일 없듯이 수업을 이어갔다.
그날 이후 아이들이 생각하는 ‘부모’란 어떤 존재일까,
‘내 자녀들은 나를 어떤 부모로 보고 있을까’, 하는 여러 생각에, 생각이 깊어졌다.
나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시간들로 늘 서툴렀던 부모, 그래서 훌륭한 부모가 되려는 생각 보다는
반듯한 부모가 되고 싶었다.
사실, 어떤 부모가 ‘훌륭한 부모’인지,
‘반듯한 부모’인지도 모른 체 열심히 살았던 나는,
내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가난했던 어린 시절,
나는 고등학교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어야 했고,
대학교 등록금도 직접 마련했어야 했다. 나에게 그 시간은 너무 간절했으니..
결혼 후에도 여유롭게 신혼살림을 시작하지 않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생존이었다.
다정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내 자녀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을 주고 싶어
밤낮없이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는 것을 모른 체 그 시간에
한번이라도 더 안아주지 못한 채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내 자녀들에게 풍족하게 해주겠노라 다짐을 하였지만,
그렇게 일을 해도 내 자녀들이 원하는 걸 다 해주진 못했다.
내 자녀들이 “다른 애들은 다 있는데 나는 없어요. ” 하고 투덜댈 때,
나는 “갖고 싶은 걸 다 가질 수는 없어. 물건의 소중함을 먼저 배워야지.” 하며
변명 같은 말로 나의 자녀들에게 설득시켰다.
그때 나의 자녀들은 내 말을 어떻게 받아 들였을까.
지금의 아이들 ‘지네들’이라는 말 속의 주인공인 지금의 부모들이 떠올랐다.
자신의 부모님께는 효도를,
자신의 자녀에게는 양육을,
양쪽을 번갈아 가며 책임을 다하는 지금 이 시대의 부모들.
나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라는 단어 안에 얼마나 무거운 책임이 들어 있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어른’이 ‘나’였다.
가장 가까운 어른이었기에,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고
나는 늘 침착한 척, 모든 것을 다 아는 척을 해야만 했다.
나는 처음이었지만, 처음이 아닌 것처럼 행동했어야만 했다.
‘친구 같은 부모’라는 말, 그건 어디까지가 가능할까? 항상 고민 하면서 내 자녀들을 대하였다.
여러 생각을 뒤로 한 채 지금의 내 모습을 보기 위해 거울을 다시 들여다본다.
거울 속엔 내 급한 성격 모습,
거울 속엔 금방 흥분하는 모습,
거울 속엔 끈기 없는 태도의 모습,
나의 슬픔, 기쁨, 행복까지…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비치고, 그리고 그 모든 모습은
우리 자녀들에게로 반사되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통해 아이들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거울을 만들어 가겠지.
그 거울이 동그랗든, 네모든, 세모든— 형태는 달라도
거울은 결국 거울이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비춰볼 수 있는 거울.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라도
너무 과하지 않게,
너무 부족하지 않게,
내 진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기로 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거울을 가지고 있어요.
나도 갖고 있지만 찾을 수 없는.
내 마음이 잘 보이는
맑고 투명한 거울을
가지고 싶어요.
내가 사랑하는 마음,
진심인 마음,
그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비치는 거울을..